-당의 나아갈 방향, 정체성 강화 방안보다 내부총질, 음해성 추측 난무
-원희룡, 머리 좋고 예의바르다 여겼지만 흑색선전 보고 실망
-한동훈, 총선 공천취소·비례대표 공천 등에서 의문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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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상은 국회가 대를 거듭할수록 더 심해져서 야당의원의 대부분은 국익의 수호자,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고 오로지 당리당략의 화신일 뿐이고 그들이 목표를 관철하는 수단은 억지와 생떼다. 여당이 계속 다수당이었던 20세기 후반은 야당의 무례함과 난폭함을 여당이 참아주고 달랬는데 야당이 다수당이 되고부터는 야당의 무례와 전횡이 여당이 수용할 수 있는 선을 완전히 넘었고 계속 참아서는 우리 의정이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의 감투를 쓴 정청래의 기고만장은 전 세계에 해외토픽으로 방출될 만한 진기한 광경이고, 선거유세기간 유권자들 앞에서 자기가 '잘 못 한 것이 많다'고 누가 아니라고 우기기라도 하는 양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던 양문석은 한술 더 떠서, 무슨 위원회인지에 출석한 증인에게 질문을 해 놓고 증인이 대답을 하려는데 연이어 다른 질문을 하며 자기가 말하는데 방해하지 말라면서 '어디서 버릇 없이 톡톡 튀어나오느냐'고 야료를 부렸다.
많은 의원들이 증인이나 참고인들에게 질문을 해 놓고 이유는 말할 필요 없으니 'Yes, No'로만 대답하라며 눈을 부라리는데 이들은 민주주의라는 것이 매 사안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와 숙의를 통해서 최선의 길을 모색하고 도출하는 제도라는 것을 모르는 폭도들이다. 아무튼 이들은 그렇게 호통을 치던 2024년을 그들 일생의 화양연화로 회고할 듯하다.
만약 우주에서 온 여행객이 한국의 의회를 참관한다면 한국은 국회독재국가이고 국회의원은 각료나 장성들까지도 노예로 짓밟고 산다고 서술할 것이다. 정말 의회가 이렇게 계속 의회권력을 확장·강화하고 의회의 무리수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만든다면 우리나라는 모든 권력이 국회에 집중되고 다른 모든 공기관은 국회에 종속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시급히 '정청래방지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추억의 단어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이 어인 일일까? 대다수 국민이 여당의원들의 공격성 결여를 개탄하고 있었는데 여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당대표 후보자들이 맹렬한 공격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이다. 물론 그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말은 아니다. 더구나 후보들 간의 상호비판이 비방으로 비화되고 공격성이 내부총질의 수준에 이르고, 갖가지 음해성 추측과 억지 비난까지 난무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좀 점잖고 논리적으로, 당의 나아갈 방향이나 정체성 강화방안의 부차적인 이슈가 되었다면 바람직한 것이었을 텐데. 상대편을 아예 반역자, 스파이로 매도하면서 자기가 아닌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당은 파괴될 것이라는 극언도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검찰청은 폐쇄하고 대통령은 탄핵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공직자들은 모조리 특검을 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야당의원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지난 총선을 고의로 져서 야당을 이롭게 하려 한, 당의 반역자 내지 민주당의 스파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심각한 비방에 대해 원희룡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동훈 또한 그의 친인척에 골수 좌파 거물이 많다면 그들의 존재가 곧 그를 좌파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핵심당직을 맡기 전에 국민에게 그 사실을 신고했어야 한다. 상호 신뢰를 위해서.
필자는 이제까지 원희룡 후보를 머리 좋고 예의 바르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수재라고 굳게 믿어왔다. 그런데 그의 극단적인 한동훈 비난, 흑색선전을 보니 그는 상식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이제 보니 그는 매우 경솔하고 무책임한, 단기적인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 중요한 장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사람인 듯하다. 그는 자기를 길러 준 도(道)에 큰 손해를 끼쳤고 이제 자기를 길러 준 당에 도끼질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후보토론 등에서 한동훈이 집중포화를 받고 있으니 그가 박해받는 진정한 리더라 할 수는 없다. 총선기간 중의 그의 결정은 의문스러웠던 사안이 많았고 해당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 또는 결과적으로 해당행위였던 일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도태우, 장예찬 후보 공천취소와 (그의 개입이 없을 수는 없었을) 비례대표 공천은 곧바로 국힘당의 지지율 하락과 선거 참패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지난 일은 지난 일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수호할 의사가 약해보이는 것은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니다. 국힘당은 윤 대통령이 있음으로써 국가의 정책을 집행하는 여당이 되고, 또한 국민에게서 국가 통치를 위임받은 수권정당이 된다. 대통령과 결별한 여당의 초라함과 무력함을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뼈아프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현재로서 한동훈이 당대표로 가장 유망해 보이는데 그에게 우파를 리드해서 대한민국을 구원할 역량이 있는가를 묻기 전에 그가 국민의힘을 살려 낼 깜냥이 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깜냥은 무엇보다 자만을 버리고 겸손을 배우는 데서 습득될 것이다. 그가 지혜와 성의를 다해서 국민의힘을 가다듬고 다질 수 있으면 대한민국이 소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법무장관시절 국회의원들과의 설전에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던 유쾌한 기억은 잊어도 좋고 앞으로는 그를 돕다가 곤경에 빠지는 측근이 나와서는 안 된다. 보수 진영에 나라의 앞날을 맡긴 사람으로서 믿었던 유망주들이 하나둘씩 비천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서지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