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은 숨긴다고 없어지는게 아니다. 지난 폭우로 거세게 몰아쳤던 물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게 흐른다. 잔잔하게 흐르는 저 얼굴좀 보소. 시치미 뚝 떼고 유유히 흐른다고 성난 모습을 감출 수는 없다. 곳곳에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가 지난 성난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 물이 빠지자 미처 따라가지 못한 어린 물고기들이 시멘트 바닥에서 팔딱거린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한 마리라도 살리고자 연신 물고기들을 잡아 물에 던져준다. 방생이다. 탈진한 고라니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배철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