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서 사진작가 회퍼 개인전...팬데믹 시기 작업한 신작 14점 공개 박물관·도서관 등 문화 공간 자체에 주목..."영원성 보여줘"
칸디다 회퍼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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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진 거장 칸디다 회퍼(80)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 걸린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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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제갤러리를 찾으면 유럽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담은 사진작품을 만날 수 있다. 현대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독일 작가 칸디다 회퍼(80)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K2에서 열리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회퍼는 '공간의 초상을 그리는 사진가'로 불린다. 그는 박물관, 오페라하우스, 도서관 등 인간의 지혜와 문화가 축적된 공간의 민낯을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2020년 국제갤러리 부산점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올해 미술 애호가들이 기대해온 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 사이에 작업한 신작 14점이 걸렸다.
[국제갤러리] 칸디다 회퍼_Komische Oper Berlin II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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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다 회퍼의 '베를린 코미셰 오페라하우스'.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K2로 들어서면 강렬한 붉은 장막과 텅 빈 객석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독일 베를린 코미셰 오페라하우스의 내부 전경을 만날 수 있다. 코미셰 오페라하우스의 원형이 되는 19세기 후반 건축물은 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1947년 전후 동독 산하에서 현재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이후 1960년대에 재건축됐고, 1980년대에 복원 과정을 거친 바 있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는 리허설과 백스테이지 공간을 확장하는 등 개보수가 진행 중인데, 회퍼는 2022년에 이 곳을 방문해 촬영했다. "현대적이지 않지만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회퍼는 지난 50여 년 동안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문화적 장소를 정밀한 구도와 디테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해왔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의 부재를 부각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공적 공간을 통한 인간의 풍요로운 사회적 활동과 역사를 강조한다.
회퍼는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품 속에 사람이 보이면 인적 개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촬영한다. 하지만 사람이 그 장소에 잘 어울려 보이면 그냥 두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칸디다 회퍼와 남편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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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 사진 작가 칸디다 회퍼(오른쪽)와 남편 헤버트 부어카트. /사진=전혜원 기자
회퍼의 작품은 건물 본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초상사진 같은 분위기가 강하다. 후보정을 극도로 제한하고 인위적인 조명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작가는 자연광을 주로 쓰거나 건물 내부에 원래 있는 조명만 활용할 뿐, 촬영을 위해 추가로 광원을 활용하지 않는다.
전시장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카르나발레 박물관도 볼 수 있다. 파리의 역사를 한눈에 담은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1880년에 개관했으며 16세기에 지어진 르네상스 양식의 카르나발레 저택과 17세기 건축물인 르 펠레티에 드 생-파르고 저택으로 구성돼 있다. 유구한 전통을 담은 이 박물관은 2016년부터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회퍼는 2021년 재개관을 앞둔 2020년에 이곳을 방문해 공간의 변천사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 작가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추가된 철제와 나무 재질의 나선형 계단 등을 다각도로 주목했다.
칸디다 회퍼_Stiftsbibliothek St.Gallen II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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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다 회퍼의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 도서관'./국제갤러리
이밖에도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스위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 도서관 등 아름다운 건축물들의 초상을 만나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현대 사진의 지평을 넓혀온 회퍼는 팬데믹 기간 중 복원을 거친 장소들을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며 "사진 속에는 사람이 여전히 부재하고 건축물은 시공간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다시금 시간성에 대해 고찰하고, 나아가 인류 문화의 부흥과 회복에 대한 희망을 느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