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부자 된 기분...안중근 유해 못 찾아 아쉬워"
|
원로배우 박정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 프레스콜에서 "15년 동안 '영웅'을 기다렸다"면서 "조마리아라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안중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공연에서 내가 가장 부자"라며 "자랑스럽고 훌륭한 안중근 아들 셋을 맞이했다. 배우가 아니면 이런 축복을 가질 자격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중근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웅'은 올해 15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9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최대 규모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때부터 거의 모든 시즌의 무대에서 안중근 역을 소화해 온 정성화를 비롯해 배우 양준모, 민우혁이 안중근으로 분한다. 유리아, 정재은, 솔지는 설희 역을, 김도형, 서영주, 이정열, 최민철은 이토 역을 맡았다. 이밖에도 임선애, 김진수, 육현욱, 조휘, 임정모, 오윤서, 최유정 등 총 62명의 배우와 22명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4년 공연된 연극 '나는 너다'에서도 조마리아 역을 맡았던 박정자는 10년 만에 같은 역으로 돌아왔다. 이미 한 차례 조마리아의 삶을 연기한 박정자이지만 "이번 작품은 전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또한 그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우리나라로 들여올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고 얘기했다.
박정자는 연극 '나는 너다'를 준비하면서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을 다녀왔다. 그는 "조마리아 여사가 올 수 없었던 그 곳을 내가 대신 왔다는 생각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고 돌아봤다. 박정자는 아들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고, 유해도 찾지 못한 조마리아의 심정을 생각하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이 독립운동 결의를 다지며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한 1909년 2월부터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1910년 3월까지의 일을 보여준다. 러시아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이 공연은 2009년 초연 이후 9번째 시즌을 맞은 지난해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다.
박정자는 올해 공연도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이 된 손자에게 적어도 3번 이상 공연을 관람하라고 했다"며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들이다. 많은 관객이 '영웅'을 관람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공연은 8월 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