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연극무대 돌아온 전도연, '벚꽃동산'서 박해수와 호흡 황정민은 '맥베스'로 분해...송일국은 '뱅코우' 역 맡아 "배우에겐 연기력 향상 기회, 하지만 작품성보다 스타캐스팅 의존은 위험"
전도연_벚꽃동산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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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전도연. /LG아트센터 서울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정받은 스타 배우들이 줄줄이 연극 무대로 향하고 있다.
3일 공연계에 따르면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는 4일 개막하는 연극 '벚꽃동산'에 출연하고, 황정민은 다음 달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로 돌아온다. 이상윤과 진서연, 안소희는 연극 '클로저'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전도연은 27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다. 그가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3차례 받은 전도연이 선택한 작품은 LG아트센터가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손잡고 선보이는 대작 '벚꽃동산'이다. 전도연은 "스톤의 '메디아'를 보고 배우로서 피가 끓는 게 느껴져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벚꽃동산'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 원작을 스톤이 재해석한 신작이다. 19세기 몰락한 여성 지주의 이야기를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로 제작해 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표현한다. 전도연은 여주인공 류바로 출연하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는 냉철한 상인 로파힌 역을 맡는다.
박해수_벚꽃동산_프로필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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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동산'에서 상인 로파힌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 /LG아트센터 서울
지난해 관객수 13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역으로 호연을 펼쳤던 황정민도 2년 만에 무대에 돌아와 '맥베스'로 분한다. 스코틀랜드 장군인 맥베스는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의 예언을 듣고서 국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뒤 서서히 타락해가는 인물이다.
7월 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맥베스'에는 송일국과 김소진도 함께 한다. 송일국은 맥베스의 부관이자 동료 뱅코우 역, 김소진은 레이디 맥베스 역에 캐스팅됐다.
맥베스 황정민 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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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맥베스'의 황정민./샘컴퍼니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클로저'에는 이상윤, 진서연, 안소희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 중이다. 2004년 동명 영화로 제작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클로저'는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남녀 4명이 서로의 삶에 얽혀드는 과정을 풀어낸 작품이다.
이상윤은 사랑과 배신에 괴로워하면서도 성장하는 남자 래리, 진서연은 두 번의 운명적 사랑 속에 갈등하는 여자 안나, 안소희는 사랑을 갈구하지만 운명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여자 앨리스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클로저_프로필_진서연 레드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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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클로저'에 출연 중인 배우 진서연. /레드앤블루
이처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연극무대를 찾는 것은 스스로 연기력을 검증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배우에게 연극 출연은 연기력을 향상시키고 예술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며 "라이브 공연만이 줄 수 있는 현장감,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연기 경력의 다양화 등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인기 배우들의 무대행은 움츠려든 연극계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공연계에서도 스타들의 출연으로 흥행성을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현 평론가는 "스타들의 출연은 연극 대중화에 기여한다. 다만, 공연계가 작품성보다 스타 캐스팅에 의존한다면 연극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