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속문화 다룬 창작극에 도전 "공포 속 행복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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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페이퍼 샤먼'(이하 '만신')의 연출과 극본, 음악감독을 맡은 박칼린은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굿을 통해 상처받은 세계 각지의 모든 영혼들을 달래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한 박칼린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무속 문화를 접했다.
그는 "부산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동네에 무속인이 많아 굿을 자주 구경했고, 외가를 통해서도 북유럽 무속 문화를 자연스레 접했다"면서 "야구에 능하면 야구선수가 되고, 음악에 능하면 음악인이 되는 것처럼 예민한 사람들이 샤먼이 되는 것도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6∼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첫 선을 보이는 '만신'은 무녀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 '실'이 내림굿을 받아 무당이 되고, 이후 전 세계 곳곳의 무속인들과 함께 오대륙을 누비며 비극과 고통을 극복해가는 내용을 그린다. 아프리카 대륙의 노예무역과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학살, 남미 대륙의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생명의 파괴를 보듬고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굿판이 공연 내내 펼쳐진다.
박칼린은 무속이야말로 모든 종교의 원형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항상 무속이 치유의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무속인을 뜻하는 '샤먼'은 일종의 치유사인데, 샤먼들은 넋이나 아픔을 달랜다"면서 "종교에서 위안을 얻는 이들도 무속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번 무대에는 굿에 담긴 한국의 미학을 구현하기 위해 한지를 활용한다. 굿에 쓰는 무구(巫具)를 한지로 만든 것은 물론 주인공의 일부 의상도 한지로 제작했다. 이는 한지의 순수하고 청결한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박칼린은 "무속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한지"라며 "주인공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종이 옷을 입도록 연출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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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인공 실이 내림굿을 받은 후 세상을 향해서 처음 공수(무당이 죽은 사람의 넋이 하는 말이라고 전하는 말)를 내리며 부르는 노래는 박칼린이 직접 창작을 맡았다. 그는 "뮤지컬 기법을 창극에 접목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대본을 토대로 충실하게 음악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창극에 도전하는 박칼린은 "힘들지만 엄청난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공포 속의 행복함'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