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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른골트가 약관의 나이에 작곡하고 1920년 무대에 올린 '죽음의 도시'는 한국에서 이제야 선보이지만 오페라의 몇몇 아리아는 우리 성악가들에 의해 종종 연주되곤 했다. 그 유명 아리아들이 작품의 맥락 안에서 어떻게 연주되는지 실제 감상한 것도 이번 초연의 묘미였다고 본다.
차분하고 세련된 색감을 바탕으로, 단순하고 자유롭게 공간 이동을 시도한 무대 디자인은 극심하게 지속되는 주인공의 망상 속에 함몰되지 않고 작품의 틀을 단단히 유지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특히 3막 대축일의 행렬이 창문을 넘어서 파울의 방을 가로지르는 장면에서,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상상적 합의를 통해 매끄럽게 전환하는 방식이 신선하게 여겨졌다. 층고를 높이 활용한 연출 또한 우리 오페라에서는 자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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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파고는 강렬한 가창을 통해 객석에 전해졌다. 파울을 노래한 테너 로베르토 사카는 노련하게 극을 이끌어 갔다. 사카는 주역을 맡기에 비교적 많은 나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울 역할 전문 테너답게 망상에 사로잡힌 신경질적인 인물을 유연한 가창과 연기로 잘 그려냈다. 2막 마지막 부분에 마리에타와 불꽃 튀며 주고받는 이중창, 갈등이 엽기적 결말로 이어지는 3막 등에서 발군의 표현력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는 날카롭고 파워풀한 발성으로 마리와 마리에타 역을 동시에 소화했다. 가창에 서정성이 더해졌다면 더욱 좋았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맞춰가며 파울의 불안정한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만든 음악적 기민함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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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은 이날 공연의 일등 공신으로 로타 쾨닉스가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꼽는다. 쾨닉스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무대와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며 출중한 연주를 선보였다. 풍성하고 유려한 사운드의 토대 위에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음악적 강스파이크를 구사해 역동적 기운을 느끼게 했다. '조화롭고 독창적인 프로덕션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 모처럼의 수작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