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거대 야당, 국민 앞에 겸허해야 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1601000792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5. 16. 17:55

2023121901002128600114141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후 22대 국회 역시 야당 주도의 입법 독주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4·10 총선 보름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약한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지급'을 위한 일명 '25만원법'을 22대 국회에서 제일 먼저 통과시키겠다는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법은 모든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해 민생을 위로하겠다는 것으로 정부 동의 없이 집행이 가능한 '처분적 법률' 형태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 대표가 선거기간 중 '전 국민 대상 25만원 지급' 발언은 선거인에게 금전 등 재산상 이익 공여를 금지시킨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 제23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절대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위헌성이 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강행했듯이 22대 국회에서도 역시 처분적 법률의 형태로 정부 개입 없는 입법 독주를 구현할 모양새다.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부나 사법부 개입 없이 직접 국민에게 자동집행력을 가지는 법률로 위헌논란이 많은 입법방식이다.
이 처분적 법률은 '개별인(人) 법률'과 '개별사건 법률', '한시법률'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들 모두 그 적용 대상인 국민과 사건의 범위가 특정돼야 한다는 공통된 특성을 갖는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25만원법의 경우에는 처분적 법률이 될 수 없다는 의미하기도 한다. 더욱이 우리 헌법은 국회의 예산편성 시 정부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생지원금의 집행법 격인 25만원법 그 자체가 원시적으로 처분적 법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25만원법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뿐만 아니라 위헌성 논란도 커서 새 국회 시작과 함께 대한민국을 정쟁의 늪으로 빠트릴 가능성만 높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위법과 위헌성 논란을 무릅쓰고도 입법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궁금해진다. 일반적으로는 인기영합주의 입법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입법정책이라는 점에서 면밀한 검토 후 입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관리재정수지가 75조3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적자가 난 이유는 세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예산집행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국채를 발행해 민주당이 약속한 민생지원금 재원 13조원을 마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2028년에 비(非)기축통화 국가들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다만 부채비율이 57.9%에 불과해 아직은 여력이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부채증가 속도가 가장 빨라 위험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민주당의 25만원법 추진이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채를 떠넘기는 무책임한 입법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세수확대 차원에서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처분적 법률 형태로 부과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면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 대표가 최근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횡재세를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유럽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처럼 전쟁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11월에도 이 대표 주도로 민주당이 횡재세를 당론으로 정하기는 하였으나 적극적인 도입을 추진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국내 정유업계가 초호황을 누렸다는 데이터들이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정유업계도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를 불로소득으로 보고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고유가의 원인과 책임을 사기업에 전가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지적을 가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25만원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부 동의 없이 제정하는 경우 위헌적 법률이 된다. 정유업계에 대한 횡재세법 역시 '전쟁으로 인한 초호황'이라는 데이터상 증거 없이 이익이 많이 났다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이 역시 헌법상 평등 원칙뿐만 아니라 과잉금지 원칙에도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 된다.

이처럼 처분적 법률이 될 수 없음에도 마치 그 방법을 통해 입법해 정유업계로부터 횡재세를 징수하고 이를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언은 국민을 기만하거나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헌법을 부정하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어 그 어느 국가보다도 삼권분립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를 패싱해 25만원법과 횡재세법을 제정하겠다는 민주당의 태도는 국민을 기만하고 헌법을 부정해서라도 거대 다수당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입법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보다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이 위임한 입법권을 헌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성실히 수행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