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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편대'로 명명된 F-4E 팬텀 4대는 9일 경기도의 수원, 평택, 충청도의 성환, 천안, 청주, 충주, 경상도의 울진, 포항, 울산, 부산, 거제, 대구, 사천, 전라도의 여수, 고흥, 가거도, 군산 등 팬텀의 역사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거점 상공을 고별 비행했다.
필승편대는 과거 1975년 방위성금으로 구매한 F-4D 5대에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부여한 명칭이다. 1975년 대한민국 정부는 온 국민이 한반도 내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은 방위성금 중 71여억원을 들여 F-4D 5대를 구매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5대의 팬텀 전투기를 '필승편대'라고 명명했다. 같은 해 12월 12일, 수원기지에서 '방위성금 항공기 헌납식'이 거행됐다. 그리고 필승편대는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전국 12개 주요 도시 상공을 비행하는 순회비행을 실시했다.
이번 순례비행은 1975년 이후 49년 만의 대한민국 영공을 순회하는 비행이다. 특히 필승편대 전투기들은 팬텀의 과거 도색을 복원해 그 의미를 더했다. 편대 전투기 4대 중 2대는 한국 공군 팬텀의 과거 도색이었던 정글무늬(Jungle Camouflage Pattern)와 연회색(Light Gray) 도색으로, 2대는 현재의 진회색(Dark Gray) 도색으로 비행했다.
필승편대는 모 기지인 수원기지에서 이륙해 평택 상공을 지나 천안으로 향했다. 평택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와 대한민국 서해안 무역의 중심부인 '평택·당진항'이 있다.
편대는 천안 독립기념관 상공을 지나 충주를 향했다. 공군의 핵심기지로 손꼽히는 충주기지와 청주기지 상공을 차례로 통과했다.
충주기지는 (K)F-16을, 청주기지는 F-35A를 운용하고 있다. 한때 최강의 전투기였던 팬텀은 '공군 주력 전투기' 자리를 (K)F-16과 F-35A에게 내줬다. 1979년부터 2018년까지 팬텀이 배치돼 있던 청주기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텀을 운용했던 기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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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9월 23일에는 최초의 F-4D 비행대대인 제151전투비행대대가 대구기지에서 창설되었다. 1개 대대의 창설식에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할 만큼 그 의미와 상징성이 컸다. 이어 제152·153·159전투비행대대가 잇따라 창설되며, 대구기지는 팬텀의 주 기지로 거듭났다.
2005부터 도입된 F-15K는 팬텀의 바톤을 이어받아 대구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재급유를 마친 필승편대는 사천 상공으로 향했다. 사천 상공에서는 시험비행이 한창인 KF-21 2대가 합류해, 미래 공군전력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기원하며 함께 비행했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 상공까지 함께 비행한 KF-21은 '대선배' 팬텀의 노고와 활약에 경의를 표하고 사천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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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3시간여에 걸친 국토순례 비행을 마친 필승편대는 수원기지로 복귀했다.
박종헌 제10전투비행단 제153전투비행대대 소령은 "49년 전, 국민들의 성금으로 날아오른 '필승편대'의 조국수호 의지는 불멸의 도깨비 팬텀이 퇴역한 후에도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군은 다음 달 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팬텀 퇴역식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