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으며 전투병의 심정으로 싸우겠다고 벼른다. 전공의나 교수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벗어던진 의사 가운을 다시 입거나 사직서를 스스로 철회하기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대학에 증원 자율 조정권까지 줬기 때문에 더 물러설 명분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역할이다. 이 대표는 회담에서 의대 증원 필요, 지역의료 강화, 의료진 복귀 등 3원칙을 제시했는데 정부의 기본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표가 증원에 공감하면서도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여·야·정·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는데 중요한 것은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증원 규모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국회에서 400~500명을 적정 규모라고 했는데 정부의 2000명에 비해 4분의 1,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30일로 마감된 각 대학의 자율 조정 정원 1500여 명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증원 규모를 이렇게 줄여선 안 된다. 민주당은 정원 규모부터 분명하게 밝히고, 갈등 해소에 제1 야당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여·야·정·의료계 협의체는 말로는 쉽다. 하지만 당사자가 마음을 비우고 협력하지 않으면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우선 의료계가 참여해야 하는데 불참을 선언했고, 민주당도 복안이 있어야 한다. 의대 증원이나 의료 개혁은 정부 여당만의 일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이 함께 풀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다. 막연한 말이 아닌 구체적인 안을 여야 정치권이 만들어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