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배려 연극 '스카팽', 자유로운 분위기 속 관객 호응도 높아 배우들 독특한 움직임, 적재적소 음악으로 연극적 즐거움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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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카팽'의 한 장면./국립극단
'스카팽'은 여느 연극과 좀 다르다. 공연 중 소리를 내거나 움직여도 괜찮다. 애착인형을 동반해도 된다.
국립극단의 연극 '스카팽'이 5월 6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국립극단은 올해 네 번째 시즌을 맞아 자폐, 발달장애 등으로 자극에 민감하거나 경직된 환경에서 공연 관람이 어려운 관객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전 회차 공연을 '열린 객석'으로 진행 중이다. 막이 올라도 객석에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공연 내내 입·퇴장도 자유롭다. 공연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관객들은 오히려 깔깔 웃고 큰 소리로 호응하며 자유롭게 공연을 즐긴다. 관객과 배우가 진정으로 함께 호흡하는 공연인 셈이다.
'스카팽'은 프랑스가 낳은 세기의 극작가 몰리에르가 쓴 '스카팽의 간계'를 원작으로 2019년 초연된 작품이다.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하인 스카팽과 어수룩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지배계층의 탐욕과 편견을 조롱한다. 연출을 맡은 한국 신체극의 대가 임도완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매 시즌마다 땅콩 회항, 학제 개편, 논문 표절 등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들을 위트 있게 삽입하는 각색을 통해 17세기의 서사를 21세기에 되살렸다. 이번 공연에서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탁구 사건', 대통령 경호원이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연구원의 입을 틀어막은 '입틀막' 사건 등을 통해 날카로운 풍자와 웃음을 관객에 전한다.
스카팽 역의 이중현, 몰리에르 역의 성원, 실베스트르 역의 박경주, 옥따브 역의 이호철 등은 초연부터 함께해 온 터라 합이 척척 맞다. 여기에 배우들의 우스꽝스런 움직임에 맞춰 적재적소에 어우러지는 음악은 공연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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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카팽'의 한 장면./국립극단
공연이 원작과 다른 점은 작가 몰리에르가 화자로 무대에 등장해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인에게 '영국의 셰익스피어'로 통하지만 한국에는 낯선 몰리에르를 알리기 위한 장치다. 몰리에르는 자신과 작품,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공연 중간중간에 무대에 올라 "연결해"라고 외치며 웃음을 안긴다.
'스카팽'은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동안 이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슬랩스틱 연기가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바탕 웃고난 후에는 인생을 관조하게 된다. "웃음은 삶을 교화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는 몰리에르가 남긴 말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