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비서실장은 15년간 한국일보에 근무하면서 주로 정치부에 몸담은 언론인 출신이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충남 공주·연기에서 당선된 후 5선 의원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0~2011년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고,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 국회부의장, 국회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언론계와 정당·국회에서 다양하게 쌓은 인맥과 경륜이 발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비서실장도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여소야대 정국 상황이 염려되고 난맥이 예상된다"며 "대통령께서 더 소통하시고 통섭하시고 통합의 정치를 이끄시는 데 미력이나마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더 기울어진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야를 상대로 중재력과 소통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당장 이번 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야당과의 소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여권 내 소통과 화합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주 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비대위원들과 동반 오찬회동을 제안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홍준표 대구시장을 먼저 만난 것에 대한 섭섭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상대로 "깜도 안 된다" "주군에게 대들다 폐세자 됐다"는 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여권 내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통령실의 중재로 서로가 자중자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