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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시즌 두 번째 작품인 '파우스트'는 이런 음악적 특징을 잘 살린 공연이었다. 지난 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공연에서 무대 위 성악가들은 물론이고, 지휘자 김광현과 디오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선율과 감정의 표현이 놀라웠다. 이번 '파우스트'는 1869년 수정 버전에 따라 5막 2장까지 촘촘히 이어졌는데 높은 완성도 때문에 비교적 긴 공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끝까지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우선 출연 성악가들의 출중한 기량이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파우스트 역은 신상근이 노래했다. 신상근은 많은 오페라 무대에서 안정된 발성과 신뢰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테너인데 이번에도 시종일관 고른 음색과 톤을 유지하는 가운데 강한 호소력으로 객석에 어필하는 가창을 선보였다. 특히 노년의 파우스트를 표현한 사실적인 분장과 그에 따른 정교한 연기는 인상 깊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역시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맡은 메피스토텔레스일 것이다. 사무엘 윤은 이 오페라뿐 아니라 베를리오즈의 극음악 '파우스트의 겁벌'에서도 메피스토텔레스 역을 훌륭히 소화 해내는 등 나름 메피스토텔레스 전문 성악가라 할 수 있다. 이날도 세심히 계산된 악마 연기와 압도적인 성량으로 많은 갈채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이날 사무엘 윤의 무대는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시기의 바리톤 고성현을 떠올리게 했다.
마르게리트를 맡은 소프라노 이혜진의 청량하고 맑은 음색은 악마에게 이용당한 순진한 여성을 표현하는데 잘 어울렸다. 욕망에 휩쓸려 타락해 버렸을 때조차 순수성을 잃지 않는 가창은 오히려 5막에서 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와의 3중창을 강렬하게 마무리하고 구원을 받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마르그리트의 오빠 발랑탱 역의 바리톤 김만수도 중후한 가창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 이후 그의 다른 오페라를 기대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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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구노는 원래 신부가 되고자 했을 정도로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오페라에서는 구노의 이러한 교회음악적 성향이 충만하게 드러났다. 김광현 지휘자는 유연하고 여유로운 흐름 속에 프랑스 음악 특유의 화성을 잘 살려냈다. 전자 오르간이지만 오르간의 풍성한 선율 또한 현악과 관악의 조화로운 움직임과 더불어 입체적인 오페라의 사운드를 완성했다.
하릴없이 아름다운 봄의 풍경과 프랑스 오페라의 비극적 서정성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파우스트' 또한 그러했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