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티, 테러 우크라 관여 시사하며 "처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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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이 이번 테러와 우크라이나의 연계를 주장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시사하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 NYT·로이터 "미, IS 테러 정보, 러시아에 통보...자국민에 경보 발령"
푸틴, 280명 사상자 발생 테러 사건, 우크라 전쟁 확대 구실로 이용하나
러시아 측의 주장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련 사실을 부인한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테러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에서 활동해 온 IS 지부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러시아 대사관을 공격했으며 반(反)크렘린 선전물을 대량 배포한 바 있는 ISIS(IS의 옛 이름)-코라산(K)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달 초 러시아에 IS 테러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고, 모스크바주재 미국대사관이 자국민에게 보안 경보를 발령한 것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푸틴의 책임 회피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확대를 위한 술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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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연방보안국(FSB) "용의자들, 우크라 측과 접촉"
푸틴은 23일 오후 대국민 TV 연설에서 전날 일어난 '야만적인 유혈' 테러와 관련해 일요일인 24일을 국민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당국이 체포한 11명 중 총격·방화 범행에 직접 연루된 용의자 4명이 우크라이나 접경지 브랸스크 지역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브랸스크는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0km 떨어진 곳이다.
푸틴은 "그들이 숨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고, 초기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 공경에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어 "이 범죄를 저지른 모든 가해자·조직자·배후 인물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들이 누구든, 누가 지시했든, 우리는 테러 배후의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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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테러는 2002년 10월 모스크바 한 극장에서 일어난 유혈 사태 후 가장 큰 사건이다.
당시 러시아 특공대는 모스크바의 한 극장에서 750여명을 인질로 잡은 체첸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 일종인 펜타닐 가스를 살포했고, 이 과정에서 인질 129명과 체첸 반군 41명이 숨졌다.
이번 테러와 관련,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테러 관련)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도 "괴물들(테러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불과 100㎞ 정도만 남겨놓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과 FSB는 이번 테러와 우크라이나의 관련성에 관한 어떠한 증거도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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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외무부 "'우크라, 테러 배후설', 크렘린궁 계획된 도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 안드리 유소우 대변인은 로이터에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이번 테러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략자로부터 주권을 수화하고, 영토를 해방하고 있으며 민간인이 아닌 점령군 및 군사 목표물과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테러 방법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이번 전쟁의 모든 것은 오직 전장에서만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열의를 선동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러시아 사회에서 반우크라이나 히스테리를 더욱 부추기고, 러시아 시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범죄 침략에 더 많이 동원되고,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우크라이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크렘린궁의 계획된 도발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 국제 여론 좌우 서방 지원 의존 우크라, '테러 배후설' 신빙성 떨어져
NYT "미, 잠재적 IS 활동 정보 러에 통보...러주재 미국대사관, 자국민에 보안 경보 발령"
실제 우크라이나가 미국·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여론의 향방에 좌우될 수 있는 서방측의 지원 없이 러시아 침략군에게 대항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러시아 측의 '우크라이나 연루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특히 미국 관리들은 이달 초 러시아에 잠재적인 IS 활동에 대한 정보를 비공개로 통보했다고 밝혔고, 모스크바주재 미국대사관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7일 미국 시민들에게 "극단주의자들이 모스크바에서 콘서트 등 대규모 집회를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 임박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경고하는 보안 경보를 발령했다고 NYT는 전했다.
로이터도 크렘린궁에서 약 20km 떨어진 공연장에 대한 공격이 미국대사관이 극단주의자가 모스크바를 공격할 계획이 임박했다고 경고한 지 2주 후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푸틴과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연계설을 주장하는 것은 지난 17일 끝난 러시아 대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의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하면서 종신 집권의 길을 공고히 한 푸틴이 자신에 대한 책임론 또는 비판을 외부로 돌리고, 이를 2년을 넘었지만, 뚜렷한 전과가 없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추가 동력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이 내부 반대 의견을 가혹하게 진압하거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군인을 추가 징집하는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보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줄 구실을 푸틴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