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30년 통치, 21세기 차르 등극..20세기 독재자 스탈린 넘어
NYT "푸틴 위한 의례 선거"
푸틴 "러-나토 전면전,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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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18일 오전 개표가 95.08% 진행된 상황에서 87.32%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했다. 푸틴의 득표율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대선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종전 기록은 푸틴이 2018년 대선에서 얻은 76.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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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30년 러 통치, 21세기 차르 등극..한국전쟁 남침 지원 20세기 최고 독재자 스탈린 집권 기록 넘어
다른 후보는 각각 4.28%·3.85%·3.15%를 얻는 데 그쳤다. 푸틴의 득표율은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들의 출구조사 결과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과 다른 기관 폼(FOM)은 이날 출구조사에서 푸틴이 각각 87%·87.8%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푸틴은 2000·2004·2012·2018년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하면서 2030년까지 6년간 집권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세기 최고의 독재자로 한국전쟁 남침을 지원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넘어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된다. 그토록 원하던 21세기 '차르(러시아 제정 황제)'로 등극하는 것이다.
푸틴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사망하지 않는 한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푸틴은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34년)도 넘어서고,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만이 푸틴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국제적으로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의 49년, 북한 김일성의 46년,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에 이은 최장 통치 기록을 가지게 된다.
푸틴은 1999년 8월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깜짝 발탁돼 그해 12월 대통령 대행이 된 후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2004년 재선된 후 연속 3선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2008∼2012년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총리로서 '섭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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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정적 투옥, 대선 자유롭지도 공정하지 않아"...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영원한 통치 위해 모든 일 해"
푸틴 종신 집권의 길을 연 이번 투표율도 역대 최고였다. 니콜라이 불라예프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에 따르면 전국 투표율은 74.22%인데 이는 기존 최고 기록 1996년 69.81%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러시아 대선 최초로 도입한 온라인 투표(원격 전자투표)에 440만명이 참여해 94%의 투표율이 기록한 것이 일부 기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의문사 등으로 흔들릴 수 있는 푸틴의 장악력을 높이고, 집권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거가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치르는 시늉을 했다"며 "이 인물(푸틴)은 그저 권력에 젖어 영원한 통치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 전 세계인 앞에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독일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에서 치러진 가짜(pseudo)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푸틴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고, 그는 검열과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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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나토 전면전, 배제 못해"
서방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번 선거를 푸틴이 자신을 진정한 대중적 지도자로 묘사하는 데 중요한 의례로 보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NYT는 "푸틴이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한 모습을 보이며 서방과의 대립을 심화시키고,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결국 무너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조건에 따라 평화 협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러시아 정부 내에서 전쟁에 대한 강경파 발탁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실제 푸틴은 대선 다음 날인 18일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며 국민에게 '하나의 팀'이라고 강조한 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싸우는 전사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푸틴은 특히 이 자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전면적인 충돌 가능성을 묻는 말에 "오늘날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처럼 푸틴은 종신 집권을 확정 지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더욱 강화하면서 서방과의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푸틴의 국제적 고립도 심화하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러시아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 국제형사재판소 체포 영장 발부로 푸틴, 해외 방문 부자유...국제적 고립 심화
실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수백 명의 어린이를 불법적으로 납치한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체포 영장이 발부돼 해외 방문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ICC 123개 회원국은 푸틴이 자국 영토에 발을 들어놓을 경우 구금해 ICC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해야 한다. 푸틴이 ICC 영장 발부 이후 키르기스스탄·중국·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6차례 해외 순방에 나서는 데 그친 것은 이 때문이다. 푸틴의 21세기 '차르' 대관식인 대통령 취임식은 오는 5월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