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과학자의 핵개발 실화 다뤄
작품·각본 등 올해 최다 후보작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상 재도전
여우주연상 엠마·글래드 스톤 경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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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핵 개발 프로젝트 실화를 다룬 이 작품은 작품·감독·남우 주조연·각본 등 주요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수상이 가장 확실시되는 부문은 작품상과 감독상이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통하는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과 미국감독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에서 내리 작품상을 쓸어담아 이변이 없는 한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게 세계 영화계의 관측이다.
감독상과 남우조연상도 사정은 비슷하다. 슈퍼히어로물의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다크나이트' 등 숱한 수작들을 연출하고도 아카데미로부터 외면당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2018년 '덩케르크'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인 이번 만큼은 빈 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오펜하이머'에서 주인공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와 대립하는 스트로스 역을 호연한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남우조연상 수상 역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등에서의 연이은 수상 행진이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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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시아계 여성 연출자의 '입봉'(정식 데뷔를 일컫는 대중문화예술계의 오랜 비표준어)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작품과 각본 등 '알짜배기'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캐나다계 한국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의 선전 여부도 관심거리다.
송 감독은 '넘버 3'와 '세기말'로 익숙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자, '짝코' '만다라' '티켓' '씨받이' 등 여러 걸작에서 임권택 감독과 각본가로 호흡을 맞췄던 송길한 작가가 큰아버지다. 이처럼 한국 영화인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그가 한국어 대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편 데뷔작으로 '꿈의 무대'인 아카데미에서 수상에 성공한다면, 2020년 '기생충'의 작품·감독 등 4개 부문 수상과 이듬해 '미나리'의 여우조연상(윤여정) 수상에 버금가는 우리 영화계의 의미 있는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아 참, '패스트 라이브즈'와 관련해 한가지 당부하고 싶다. 주제 넘게 들릴지 모르지만, 수상 여부에 희비가 엇갈리지 않았으면 한다.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흐뭇한 일 정도로 국내 관객들이 가볍게 받아들이길 희망한다. 봉준호 감독의 날카로우면서도 재치 넘치는 한마디처럼 아카데미는 '로컬(local)' 영화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상을 받고 안 받고에 웃고 우는 모습은 우리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