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담겨...'살아있는 동안 빛나자'가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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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성악가 가운데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은 박혜상이 새 앨범 '숨'(Breathe)을 발매했다. 2020년 낸 1집 앨범 '아이 엠 헤라'(I AM HERA) 이후 4년 만이다.
박혜상은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기자들과 만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준비한 새 앨범에 지인들의 죽음에서 시작된 삶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때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부정적인 마음이 가슴을 가득 채우던 시기였다. '왜 사는가'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영적인 체험을 하고 외로움도 강렬하게 느끼면서 '살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세이킬로스의 비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세이킬로스의 비문은 고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비석에 새겨진 문구로 짧은 악보가 포함돼 있다. 그 내용은 '결코 슬퍼하지 말라.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이다.
박혜상은 "세이킬로스가 아내를 잃고 묘비명에 적은 내용"이라며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힐링이 됐고 그 철학이 좋아서 '살아있는 동안 빛나자'를 주제로 앨범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앨범에는 현대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곡 '시편'에 세이킬로스의 비문을 넣어 편곡한 작품 '당신이 살아있을 동안'(While You Live)을 첫 곡으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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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중 한국 가곡인 우효원의 '어이 가리'도 있다. 이 곡은 아쟁 연주에 목소리를 얹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이다. 오는 13일 롯데콘서트에서 열리는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에서는 우효원의 '가시리'와 '새야새야'도 선보인다.
박혜상은 "애국심이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가곡을 부르거나 한복을 입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박혜상은 서울대와 줄리어드 음악원 졸업 후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준우승,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콩쿠르 5위 등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독일 베를린 코미셰 오퍼에서 '라보엠'의 '무제타'역, 영국 글라인본 페스티벌에서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역으로 데뷔했다. 카네기홀을 비롯해 데이비드 게펜 홀, 헐리우드볼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개최했다.
그는 이번 국내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LA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협연과 카네기홀 리사이틀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