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이미지 탈피한 현대차…테슬라 영업익도 제쳐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현대모비스의 지난해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321조7264억원, 29조301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 세웠던 합산 최고 매출(280조9927억원)보다는 14.5%, 합산 영업이익(19조793억원)보다는 52.1% 증가한 것이다.
특히 매출보다 눈에 띄는 건 크게 늘어난 영업이익이다.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6조2912억원에서 이듬해 13조784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2022년 19조793억원, 2023년 29조301억원 등 큰 폭으로 뛰었다. 3년 만에 약 5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증가도 수익성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제네시스와 SUV 판매 비중은 60%에 육박했으며, 친환경차 비중은 17%로 1년 전보다 28% 늘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현대차, 기아 의존도를 낮추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수주를 달성한 것이 수익성 향상의 비결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유럽·북미 등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전년 대비 98% 늘어난 92억1600만달러(약 12조 2618억)를 수주했다. 특히 전동화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판매가 증가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질적 성장을 위해 2010년대부터 가성비가 아닌 제값 받기 전략을 추진해왔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기아가 저가 이미지를 갖고 있단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이나 인센티브 개선 등 전략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현재는 현대차·기아가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한 것을 넘어 고급차 시장에서도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글로벌 판매량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3위를 기록했으며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률(10.2%)은 테슬라(9.2%)를 제쳤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급차 업체를 제외하면 대중 브랜드 중에선 토요타(10.5%) 정도만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을 앞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인센티브를 줄여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그만큼의 브랜드 파워와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라며 "향후 치열해질 전기차 시장 경쟁을 대비하는 대규모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