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 14기 제10차 회의에 참석해 "쓰라린 북남관계 역사가 주는 최종 결론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북한)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 있고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지는 대결광종 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남정책 전환 기조를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 남측 지역을 북한의 영토, 영공, 영해로 삼을 것을 헌법에 명시하라"며 "남한을 법적으로 '적대국'이나 '점령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행은 적대기조를 유지하는 북한의 대남전략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한·미·일 협력을 방해자로 인식하는 등 윤석열 정부 들어 협력국이 아닌 교전국으로 정의하는 수순을 단계적으로 밟아왔다. 북한식 '적화통일'을 방해하는 '행위자'로 보고 문제에서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북한은 지난 2018~2019년에는 한국을 활용해 북·미 대화를 진행 했지만, 3자 구도로는 셈법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동이 향후 핵무력정책을 헌법화하려는 명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헌법화를 통해 메시지를 내는 목적은 대체적으로 '대미용' 메시지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며 "핵무력정책의 헌법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미국에 각인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평소보다 도 넘은 발언을 했지만 실제로 전쟁 도발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김정은의 이번 발언은 민족관계 폐기를 통해 한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에서 제거하고 북미가 온전한 당사자라는 것을 대미 메시지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부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정은은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개선을 동시에 이룩하겠다는 국정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대남 무력통일 의지까지 과시하면서 전쟁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전반적인 경제건설과 인민생활개선 목표 달성을 위한 고강도 내부결속과 자원집중을 도모하기 위한 노림수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통일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 "북한은 현재 경제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야 하는 내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또 "북한의 '2국가론' 주장은 한민족으로서 함께 해 온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이자 핵으로 위협하는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이 적반하장 식으로 남북관계 상황을 호도하고 공세적으로 무력도발을 시도한 데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