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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의 초기 작업에는 전통적인 섬유 소재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와 같이 일상의 재료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평범한 소재가 활용됐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공예 기법과 틀에서 벗어나 당시 "대한민국 자수는 이신자가 다 망쳤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파격적인 시도들로 1956년(제5회)과 1958년(제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며 30세에 국전 초대작가가 됐다.
이신자의 '원의 대화 Ⅰ'은 면천의 씨실(가로실)을 뽑아 그 실로 원형 주변에 프릴 장식을 하거나, 가운데 세 개의 원 안에 솜을 넣어 바느질하고, 실을 감아 덧붙이며 다양한 두께로 볼륨감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시기 작가는 고향 울진의 아름다운 일출과 석양의 모습을 기하학적인 모티브, 특히 타원형 요소와 서정적 색채로 표현하였다. 원의 형상은 막힘없는 순환 에너지를 상징하며, 작가의 남편인 고(故) 장운상 화백의 오랜 병상 생활에 따른 회복 기원, 생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