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추상작가 47명의 작품 150여점과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을 과천관에서 내년 5월 19일까지 선보인다.
1930년대 말 김환기와 유영국의 기하 추상이 등장하기 전 이미 당대의 경성에서는 디자인 영역에서 기하학적 추상이 발견됐다. 1929년 2월 단성사가 영화 홍보를 위해 만든 '단성주보' 300호 표지에는 영화 등장인물 대신 기하학적 추상 이미지가 등장한다. 1929년 6월 잡지 '중성'의 표지에 실린 기하학적 디자인은 시인 이상의 작품이다.
1957년에는 독일 바우하우스를 모델로 한 화가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연합 그룹인 '신조형파'가 결성된다.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국가재건기에 적합한 미술은 합리적인 기준과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기하학적 추상미술이라고 봤다. 전시에서는 신조형파를 주도한 변영원과 김충선, 이상욱, 조병현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는 산이나 바다, 달 같은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하는 데서 발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김환기, 유영국 등 1세대 추상미술 작가들이 대표적이다.
기하학적 추상은 1960년대 후반부터 전방위로 퍼져나갔다. 당시 기하학적 추상미술과 옵아트(착시 현상을 이용해 리듬감과 조형미를 느끼게 하는 예술)가 유행하던 세계 미술계 동향에 대한 반응이자, 이전 미술계를 지배한 엥포르멜 미술의 대안을 찾는 시도가 맞물린 결과였다.
|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 발굴돼 공개되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윤형근이 1969년 제10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 '69-E8'은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작가 작업실에서 둘둘 말린 채로 발굴돼 이번에 공개된다. 또한 최명영이 1967년 '한국청년작가연립전'에 출품했던 '오(悟) 68-C'와 이승조가 1970년 제4회 '오리진'전에 출품한 '핵 G-999'는 각각 당시 전시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더욱 활발한 연구와 논의를 끌어내 한국 미술의 줄기를 더 풍성하게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