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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넬손스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빚어낸 대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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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3. 11. 18. 06:29

'세계 최고(最古)'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
황장원 평론가 "브루크너 가장 잘 연주하는 악단, 과언 아냐"
손수연 평론가 "게반트하우스의 진가가 빛난 무대"
라이프치히 1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모습./마스트미디어
280년 역사의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한없이 서정적이다가도 격렬하게 감정을 고조시키는, 마치 대우주의 '폭발'과도 같은 연주는 객석에 큰 감동을 안겼다.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연주가 끝나자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 치는 관객이 유독 많았고, 박수 소리는 꽤 길게 이어졌다.

사실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곡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곡이다. 때문에 올해 해외 오케스트라들 내한공연 가운데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브루크너가 10년 가까이 작곡에 매달렸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미완으로 남은 이 작품은 브루크너 최고의 걸작이자, 대자연과 우주, 천상의 세계까지도 품고 있는 듯한 대작이다. 브루크너는 7, 8번 교향곡은 왕에게 바쳤지만, 9번은 하느님에게 바친다고 했다. 즉 9번은 신에게 바치는 작곡가의 마지막 기도와도 같은 작품이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독일인들이 신성한 음악이라 생각하는 브루크너 교향곡의 장점을 잘 살려줬다"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제일 잘 연주하는 곡이 브루크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점을 보여준 연주였다"고 말했다.

지휘자 넬손스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DNA에는 브루크너의 음악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 교향악단은 브루크너 연주에 있어 독보적 위상을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 오케스트라는 1884년 아르투르 니키슈의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세계 초연한 이후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쿠르트 마주어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녹음해왔다.
이들은 넬손스와 함께 2016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브루크너 교향곡으로 또 한 번 전집을 발매했다. 넬손스는 브루크너 음악에서 느껴지는 의심으로 가득 찬 인간적인 면과,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영적인 충만함이 아직까지도 자신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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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마스트미디어
이번 내한공연에서 넬손스는 선이 굵은 지휘를 보여줬다. 디테일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 큰 맥락을 잘 짚어냄으로써 곡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황 평론가는 "넬손스는 단원들을 상당히 존중하면서 연주를 이끌어가는 호인"이라며 "곡 자체가 주는 감동의 포인트들을 잘 살렸다. 게반트하우스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손수연 평론가는 "곡의 중요한 맥을 짚어주면서 악기들이 그 안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넬손스의 지휘가 너무 좋았다"면서 "브루크너 연주에서 게반트하우스의 진가가 빛이 났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 1부에서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이 연주됐다.

손 평론가는 "브루크너가 바그너에게 영향을 받았는데 공연 전반에 바그너 곡을 배치하고 후반에 브루크너를 연주한 것이 흥미로웠다"며 "하지만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연주는 완벽하다고 말하기 좀 어려웠다"고 했다.

이날 객석은 다소 빈 곳도 있었으나 다수의 클래식 애호가들이 공연장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비가 내린 늦가을의 저녁, 많은 이들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선사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의 긴 여운을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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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모습./마스트미디어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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