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략 변경 없이 '뚝심 경영'
미국 공장, 내년 일정대로 추진
기아도 EV5·EV9 등 확대로 기반 강화
1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116%였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61%로 감소했으며 올해는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GM·포드 등이 기존에 수립했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수정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전략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시장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미국 전기차 공장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한다. IRA 보조금 혜택을 받아 경쟁업체와 동등한 가격 경쟁 상황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 전기차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급하게 전기차 판매를 전략적으로 줄이지 않을 방침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수요 둔화는 잠깐의 허들이기 때문에 전기차 개발과 공장 건설을 늦출 계획은 없다"며 "생산 측면에서도 라인별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병행 생산이 많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아도 모델 확대로 전기차 판매 기반을 강화한다. 이번달 EV5 중국 출시를 시작으로 4분기부터는 EV9를 유럽·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2분기 EV3, 4분기 EV4를 출시하는 등 2027년까지는 총 15종의 전기차 풀라인업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증대로 점유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무작정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브랜드의 차별성을 가져가면서 마켓세어를 잡겠다는 것이다. 현재 내연기관차보다 떨어지는 전기차의 수익성은 높은 효율의 볼륨 모델을 출시해 만회할 방침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원을 투자해 관련 기술과 시설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량은 연간 151만대로 확대해 이 중 60%인 92만대를 수출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도 364만대까지 늘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위기 때에도 현대차그룹이 '뚝심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랑이 감소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은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 사업 확대로 극복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미국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을 때는 구매 후 1년 안에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브랜드 위상을 퀀텀 점프시켰다. 당시 GM·포드·토요타 등 경쟁업체들의 판매량이 30% 이상 줄었지만 현대차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오히려 10% 가까이 늘었다.
이보다 앞선 1999년에는 '10년·10만마일 무상보증제'를 도입해 '2년·2만4000마일 보증제'였던 미국 시장에 현대차 바람을 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는 "정주영 선대회장부터 이어져온 불굴의 도전정신을 손자인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헤리티지로 계승·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