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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아픔 위로한 묘장스님 “인연 없어도 돕는 게 진정한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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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10. 30. 10:34

[인터뷰]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모로코 긴급구호 현장서 피난민 아픔 돌봐
몸과 마음의 재난 대응 훈련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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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구호현장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스님./제공=조계종사회복지재단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스님은 취임 두 달도 안 돼 모로코 긴급구호 현장으로 떠나야 했다. 불교계 국제구호 단체 더프라미스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다년간의 해외 구호활동으로 재난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스님이다.

묘장스님은 법등스님을 은사로 1991년 수계했다. 도리사 주지, 학도암 주지, 총무원 사회부 사회국장, 제17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제18대 중앙종회의원과 서울 연화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2008년 더프라미스 설립과 함께 해왔다.

최근 만난 묘장스님은 모로코에서 겪은 일들을 말하면서 재난에 대비한 마음과 몸의 훈련을 강조했다. 또한 특별한 인연이 없어도 돕는 것이 진정한 자비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출가 후 여러 소임을 맡으셨다. 가장 관심을 둔 쪽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복지분야에 관심이 많다. 특히 해외 구호사업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더불어 사회변화에도 관심이 있었다. 총무원 사회국장을 맡으면서 '환경과 종교 간의 대화'처럼 더 넓은 분야를 들여다보게 됐다. 유튜브 채널 '묘장스님의 상기티칼리지'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구호활동에 어려움은 없었나. 현지 정부가 국제사회 도움에 비협조적이라고 들었다.

"모로코처럼 정부·지배층보다 개별 국민의 힘이 강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재난 현장에 무관심한 편이다. 외부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면 정부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 특히 모로코는 왕권이 중요해서 관심이 왕에게 가야 한다. 조계종 합동구호단은 국제사회에 덜 알려진 편이라 오히려 활동하기가 편했다. 유엔기구와 많이 협력해본 현지 NGO(비정부기구)와 함께 한 덕분에 구호활동이 원할했다. 다만 집 대신 지낼 사라하 사막용 텐트를 지원했는데 현지 수요만큼 제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텐트는 현지 기후 환경에 적합한 튼튼한 텐트지만 가내 수공업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대량 구입이 어려웠다."

-모로코 현장을 가보고 느낀 점은.

"빈곤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마을이 복구된다고 해도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국가여서 주민들은 여전히 지진 피해가 우려되는 흙집에서 살아야 한다. 재난 직후라서 피난민들의 스트레스도 심해 보였다. 혹시 내가 구호의 손길에서 소외되지 않을까하는 피해의식과 분노 등이 사람들에게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피난민끼리 싸움도 잦았다."

-현장 활동을 하고 난 후 아쉬움이 있다면.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쉽다. 모로코 정부가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 아니다. 재난 이재민들이 장기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은 저개발 국가 구호현장 어디에서나 나타났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제대로 된 집이 빠르게 지어지는 등 구호활동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한 나라의 기초체력은 재난 이후에 나타나는 것 같다."

-재단의 해외구호 활동에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여러 긴급재난 상황에 걸맞는 대응훈련이 필요하다. 긴급재난 상황에 대한 연습을 미리 할 필요가 있다. 로프 묶기, 텐트 치기, 대피 등 다양한 재난에 대해 숙달이 돼야 한다. 네팔 지진 때보니까 우리는 숙소에서 계속 자려고 했는데 옥스팜 등 국제구호단체는 숙소에 다 빠져나왔다. 매뉴얼대로 움직인 것이다. 도움을 주로 갔다면서 재난에 대응 못 해서 같은 피난민이 돼서는 안 되지 않나."

-수행의 가치를 재난 현장에서 느끼셨다고 들었다.

"재난 현장에 있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 '죽겠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평소 지장보살 기도를 하는데 그 순간 지장보살 기도를 하니까 혼란·두려움이 사라졌다. 어떤 방식이든 희로애락은 다가온다. 출가자나 불자들은 수행을 통해 대응하는 법을 익힌다. 그런데 이런 것이 없는 사람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한 재난 대응 매뉴얼과 훈련처럼 마음도 똑같이 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은 인간의 기본 가치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야 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가야 한다. 긴급구호 상황이 발생하면 후원해달라. 올해는 아쉽게도 후원이 덜 들왔다. 튀르키예 지진 때는 구호자금이 많이 모였다. 이런 것을 보면 인과응보로 설명이 가능하다. 튀르키예가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운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가 이번에 모로코를 도왔기 때문에 모로코도 다음에는 우리를 도울 것이다. 불교에선 무연자비(無緣慈非)란 말이 있다. 진정한 자비는 인연이 없어도 돕는 것이다. 진정한 자비심을 보여주는 불자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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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자비(無緣慈非)에 대해 설명하는 묘장스님. 스님은 불교의 인과법을 근거로 모로코를 우리가 도왔으니 언젠가 그들도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제공=조계종사회복지재단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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