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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적’ 이현욱, 악(惡)의 새로운 도전…한계 없는 연기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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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3. 10. 13. 00:00

이현욱
이현욱/제공=넷플릭스
'도적'으로 새로운 얼굴을 꺼낸 배우 이현욱은 변화를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칼의 소리'는 1920년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이들의 얘기를 담은 액션 활극이다. '도적'은 1920년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이들의 얘기를 담은 액션 활극이다.

이현욱은 일제 시대 최연소로 일본군 소좌가 된 이광일 역을 연기했다. 이광일은 대동아공영을 위해 앞장서고 일본 제국주의에 충성을 바친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숙부도 혹독하게 고문하고 조선인 양민들도 망설임 없이 사살하는 냉혈한 모습을 보인다. 또 자신의 집 노비였던 이윤을 면천시켜주고 친구 겸 부하로 곁에 두는가 하면, 조선 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해 독립운동을 하는 희신(서현)을 연모하는 등 순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현욱은 이런 이광일 감정의 진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현욱
이현욱/제공=넷플릭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마인'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 촬영 당시 '도적'의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시대적 배경과 인물이 가진 특성상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도 있을 법했지만, 시대극이고 무거운 역사 속 이야기였기에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는게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친일에 앞장선 인물을 미화시킬 생각도 그렇게 한 사람들도 두둔할 생각도 절대 하지 않았죠. 그런 선택을 한 시대의 딜레마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가님께서는 광일이 좀 섹시하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멋있어 보여야겠다'라는 생각을 배제하고 맹목적으로 감정에 솔직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찰나의 감정을 많이 생각했어요. 숙부님을 고문하는 장면에서도 인간성을 결여시켜야 하는지 남아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죠. 그래서 조금의 인간성을 남겨둔 것이 태주(고규필)가 편지를 다 썼다고 이야기를 할 때 마치 끊어서 화가 난 것처럼 연결시켰어요. 찰나였지만 저는 가까이 봐야 보이는 연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들을 준비한 것 같아요."

'도적'
'도적'/제공=넷플릭스
'도적'
'도적'/제공=넷플릭스
'도적'
'도적'/제공=넷플릭스
과거 드라마 '써치'에서는 이준성 역을 위해 40번 넘게 태닝을 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많은 분량의 일본어 대사를 소화했고 감정에 집중했다. 대립하는 이윤에게는 애증, 연모하는 희신에게는 애정이라는 감정선을 두고 광일을 그려나갔다. 일부 시청자들은 희신을 향한 광일의 마음이 가짜일 것이라고 의심도 했지만, 그는 "진심이었을 것 같다"라며 광일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희신의 정체를 알고 홀로 술을 마시는 장면을 쉽게 촬영할 수가 없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죠. 희신을 향한 광일의 마음이 가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허탈함, 회의감, 허무함 등의 감정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촬영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그 눈물을 닦았어요. 모르시겠지만 눈물을 거둬내고 가려고 해요. 광일에게는 눈물을 보이는 자체가 방향성이 다르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숙부를 고문하는 장면, 이윤의 총에 맞아 손가락이 잘린 장면 등 이광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이는 이현욱이 잘 쌓아온 이광일의 서사, 감정이 절정에 이르며 완성된 장면으로 섬세하면서도 깊어진 그의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이윤의 총에 맞아 손가락이 잘렸을 때 (김)남길이 형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린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있어야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표현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저는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시선이 주는 힘이 더 클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잠깐 과거로 돌아가서 서로를 바라보면 어떨까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진 장면이기도 해요. 덕분에 아주 찰나의 순간, 남길이 형도 저도 과거의 이윤과 이광일이 되어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어진 '착하게 살아라'라는 대사도 더 와 닿았어요."

특히 숙부를 거꾸로 매달아 고춧가루를 부어 가며 고문하는 장면은 마음이 많이 쓰이고 심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 "그 시대에 가족이든 누구든 실제로 숙청해야 하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배우로서는 표현해 보고 싶은 감정이었으나 인간으로서는 마음에 걸렸죠. 광일이로 살아가면서 몸이 힘들기 보다는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촬영 중, 반부에는 6kg 정도 감량됐어요."

이현욱
이현욱/제공=넷플릭스
'타인은 지옥이다'부터 '마인' 등 그는 입체적인 악역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가 하는 악역에는 이유가 있고, 그의 연기를 지지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악역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 있는 이유도 그만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담긴 연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그 인물에 빠져 심적으로 힘들 수는 있지만 촬영할 때는 힘들어도 끝나고 나면 악몽을 꾸지도 않아요. 제가 추구하는 건 이성적으로 생각하거든요. 예를들어 살인마 역할도 거짓을 깔고 가는 것이고 시청자, 관객에게 그런 감정의 인물로 보이게끔 하는 기술자잖아요. 그렇게 실감나게 표출해주는 것일 뿐 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서 연기할 때에는 무조건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 배우에게도 실례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악역을 할 때 힘든 건 없어요."

그의 요즘 고민 중 일부는 "좋은 사람"이다. 응원 해주고 좋아해주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제가 생각할 때 저는 좋은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저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좋은 사람은 못 되더라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은 하면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길 형이랑 이야기하면서 더 느꼈죠. 형은 실제로 봉사도 많이 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해요. 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보면서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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