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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현대오일뱅크의 과징금 1000억원 이상이 감면돼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봐주기는 아니고 심의위원회에서 기준에 따라 과징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의 폐수 배출시설에서 나온 페놀과 페놀류 함유 폐수 33만t(톤)을 자회사인 현대 OCI 공장으로 배출했다.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는 페놀 폐수를 자회사인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하기도 했다.
당시 이 같은 '공장 간 폐수 재활용'은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환경부는 HD현대오일뱅크가 폐수를 불법 배출했다고 보고 공장폐수 무단반출 혐의(물환경보전법 위반)로 역대 최대 과징금인 1509억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법인 및 관련자 8명을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재사용된 폐수 중 냉각수로 사용된 폐수 약 353만t 중에서 약 130만t이 대기로 증발해 외부로 유출됐다고 봤다. 환경부는 지적하지 않았던 사안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극심한 가뭄으로 공업용수를 정상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재활용수를 활용한 것"이라면서 "(재활용한 폐수는) 적법한 기준에 따라 처리, 최종 방류해 환경에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는 검찰 기소 내용을 인정하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검찰과 회사 간 입장 차이가 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주 대표는 물환경보전법으로 기소된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윤 의원은 환경부는 그동안 공장 간 폐수 재활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다가 이를 허용하기로 입장을 바꾼 점도 지적했다.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인해 공업용수가 고질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실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공장 간 폐수 재활용이 이뤄지면 폐수 배출의 주체가 불명확해져 불법배출 또는 유출 사고시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윤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7월 18일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에 '공장 간 폐수 재활용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약 한 달 후인 8월 24일 '환경 킬러규제 혁파방안'이 발표되면서 공장 간 폐수 재활용에 대한 환경부의 원칙은 바뀌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윤 의원에게 "작년 말과 올해 봄 매우 큰 가뭄을 겪었고 여수·광양산업단지 등에서 산업용수 부족이 큰 문제가 됐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산업계의 공장 간 폐수 재이용 건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공장 간 폐수 재이용과 관련해) 규제 혁신 차원에서 기업에서 쭉 문제를 제기해왔고 가뭄이 잦아지면서 지역에서 요구도 나왔으며 첨단산업 육성 등을 위해 공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산업과 산업단지 육성으로 공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됐고, 작년부터 해 온 규제혁신에 하나 더 추가해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