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41.8%↑… 현대차, 선택과 집중 필요
현대차, 내년 CES서 구체적 수소 비즈니스 전략 발표
전문가 “수소차 타이밍은 인프라 확산과 속도 맞춰야”
1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7월말까지 전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총 판매량은 9619대로, 전년동기대비 9.6% 줄었다. 수소차 판매가 줄어든 직접적 이유는 넥쏘의 판매 부진이다. 올 7월까지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량은 3662대로, 전년동기 대비 40%나 줄었다.
문제가 뭘까. 현대차는 차세대 넥쏘를 2025년 출시하겠다고 예고하고, 매년 연식변경 모델을 꺼내들고 있지만 구매 매력은 상당히 떨어졌다는 게 시장 평가다. 2018년 3월 넥쏘가 첫 출시된 이후 5년 넘게 신차 없이 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수소연료전지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5000만원대 고가의 부품 '스택'의 내구성 문제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수소 충전소 역시, 넥쏘에 3000만원 넘는 보조금을 수년째 주고 있지만 판매량이 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는 치열하게 진행되는 전기차 경쟁력을 쌓기에도 벅찰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소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 10% 역성장 하는 동안 전기차는 중국을 제외하고도 41.8% 판매가 급증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1년에 전세계 2만대 정도 팔리는 수소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좀 늘고 줄고는 완성차업체한텐 큰 의미가 없다"며 "미래차 관련해 선도하고 있다는 하나의 상징적 의미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는 1000만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고, 그 중 한국은 중국이나 미국 등 대비 상대적으로 전기차 확산 속도가 더딘 상태라는 게 이 원장 시각으로, 오히려 현대차가 전기차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연기관 대비해 더 복잡해진 전기차 공급망 생태계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 시기를 놓치면 내년 말쯤 부정적인 실적과 통계를 만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실제로 정부 및 국내 대기업들과 합을 맞춰 온 현대차의 수소차 전략은 계속적으로 속도를 조절해 왔다. 이를 반영해 환경부는 올해 수소전기차 보급목표를 1만7000대로 잡았지만, 내년 보급목표는 1만750대로 36.7% 줄였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4월 뉴욕 특파원 간담회에서 수소차에 대해 "원하는 목표가 있지만 달성하는 데 조금 딜레이 될 수 있다"면서 "조금 에러가 있는 부분이 있어 수정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6월 현대차는 비전을 담은 '현대모터웨이'를 발표하며 수소생태계 실현을 위해 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달려들어 협업하는 '수소사업 툴박스(Toolbox)' 구축 계획을 밝혔다. 내년 CES를 통해 구체적 비전과 전략을 발표키로 한 상태다. 오는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규모 수소 전시회 'H2 MEET'에서 현대차가 어떤 비전을 내놓을 지도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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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수소차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턱 없이 부족한 수소 충전소와 인프라가 지목됐다. 값비싼 충전소를 확대하고, 파이프로 수소를 운송하는 등에 기술적·비용적으로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탄소중립으로 가야하는 길이라 방향성엔 의심이 없지만, 속도를 조절해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이 원장 목소리다.
이 원장은 "민간이 뛰어드는 전기차 충전설비사업과 대비해 수소 충전소는 1기당 가격이 30억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정부가 아니면 감당하기가 만만 찮다"면서 "현대차가 가려는 길은 전국의 충전 설비 구축과 저장과 운송·보관에 이르는 전 과정의 보급망을 움직일 플레이어들을 다 챙겨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충전소와 보급망이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소차만 늘었을 때, 오히려 시장은 실패할 것"이라며 "더 멀리 보고 촘촘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