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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 동반자 관계수립 10주년을 맞이한 양국이 올해 이를 2단계 수준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전략적 파트너십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이를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캠페인에서의 새로운 승리를 거둘 예정"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방문이 한창 추진되던 시기, 베트남 내외부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보다 먼저 베트남을 찾는다거나 못해도 올 하반기에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란 이야기가 조심스레 돌기도 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8월 해리스 미 부통령이 베트남에 도착하기 직전, 주재 대사가 베트남 총리와 기습회담을 갖고 200만회 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선수를 친 선례가 있다. 최근 돌고 있는 소문도 진위 여부를 떠나 그만큼 베트남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반(反)중감정이 깊다. 과거 천년 간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북속시기'를 겪었고 현대에 들어서도 중월전쟁을 겪었다. 최근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 진전 움직임이 보이니 베트남이 미국이 주축이 된 대중견제에 합류한다거나 친미로 기우는 것 아니냔 관측이 자연스레 나올 법도 하다.
'강한 이웃' 중국과의 문제에서 베트남이 늘 걸어야 했던 패는 '주권'이다. 중국을 견제하고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베트남은 현대에 들어서도 1978년 소련과 동맹을 맺었지만 결국 중국의 침략(중월전쟁)으로 돌아왔고 베트남은 막대한 정치적·경제적인 재앙을 겪어야 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국제사회 편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고 1991년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 한 베트남이 국방정책에서 어느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자국 내 외국 군사기지를 허용하지 않고 다른 나라와 싸우기 위해 제3국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3不'을 강조해온 것도 중국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셈이다.
오늘날 베트남 지도부가 국민들의 반중감정과는 별개로 중국과 밀접한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는 같은 사회주의국가라는 정치체제 외에도 이 같은 안보·경제적인 문제가 결부돼 있다. 중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거나 미국과 어울릴 수 있는 있는 한국·일본과 비교하기엔 베트남은 중국과 1400㎞에 달하는 육지의 국경을 접하고 있고, 중국의 공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3260㎞의 남중국해(베트남 동해)의 해안선까지 있다. 베트남은 필연적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외교 고위관계자나 정계 원로들을 만나 외교 이야기를 나누면 늘 빠지지 않고 "친미냐 친중이냐 하는 이분법적인 관점은 외부(외국)의 관점이다"란 반응이 나온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베트남은 미국·중국·러시아로부터 실리를 취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는 농수산물 수출 확대와 단체관광객을 얻어냈고, 러시아로부터는 원자력 협력 강화를 얻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들고 올 경제 선물 보따리도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점점 더 양극화되는 전략적 환경에 직면한 것은 베트남뿐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관리해야 하는 지금, 베트남의 실리외교가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