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경수비대가 최근 15개월간 예멘을 거쳐 자국으로 들어오려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이주민 수천 명을 학살하고, 생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했다는 국제 인권 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의 2030 세계엑스포 유치 행보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는 보고서에 "사우디 외딴 국경 지역에서 15개월 동안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655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제목에는 '그들이 우리에게 총알을 비처럼 퍼부었다'다. 보고서에는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자 38명을 포함해 최소 42명이 학살당한 내용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검증 내용, 사망자 등 현장 사진과 영상, 예민-사우디 국경 지역 위성사진 등이 담겼다.
14세에 국경을 넘으려다 실패한 어린이 함디야는 보고서에 "우리는 여러 번 총격을 받았다. 한 장소에서 30명이 죽는 것을 봤다. 나는 바로 밑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잠들었다"며 "사람들이 주변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모두 시체였다. 일어났을 때는 나 혼자였다"고 증언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한 생존자는 약 170명이 함께 국경을 건너려다 국경수비대의 공격을 받아 90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나디아 하드먼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은 BBC에 "최소 655명이지 실제 (희생자는) 수천 명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본질적으로 대량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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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로 입국하려다 공격받은 에티오피아 이주민
에티오피아 이주민들은 내전으로 혼란한 모국에서 바다 건너 예멘으로 간 뒤 육로를 통해 사우디로 넘어가 일자리를 찾으려 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정부의 인권 유린을 겪은 에티오피아인들은 사우디로 이주하고 있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200명까지 집단 월경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이주민은 투옥과 구타 등의 학대 행위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 및 12개에 달하는 인권 단체 등에서는 2030 세계엑스포 개최 후보국에서 사우디를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ENA 인권 단체 측은 "사우디의 후보 등록이 통과하고, 2030 세계 엑스포를 개최하게 된다면 이는 전 세계가 사우디의 끔찍한 기록을 덮어준 것만 된"며 "사우디의 행보는 세계 엑스포의 정신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