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인프라 투자, GDP의 44%...부채 급증
도시 아파트 5분의 1, 1억3000만 가구 빈집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
중국정부, 개인소비 촉진 대신 첨단기술 투자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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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중국이 수십년 동안 공장·고층빌딩·도속도로 투자로 경제를 성장시켜왔다며 이 모델은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수출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글로벌 대국으로 변화시키는 경이로운 성장기를 촉발시켰지만 이 모델은 끝이 났다고 보도했다.
◇ WSJ "중국 40년 호경기 이끈 추격전 때 작동 방식 경제 성장 모델 끝나"
덩샤오핑 '개혁·개방' 이후 1인당 소득 25배 급증...성장 동력, 인프라·경질 자산 투자 GDP의 44%...세계 평균 25%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의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중국의 1인당 소득은 25배 급증했고, 8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빈곤에서 탈출했으며 기아로 고통받는 국가에서 세계 2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성장 모델은 한계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호황이 인프라와 기타 경질 자산(hard asset)에 대한 비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국내 투자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WB에 따르면 2008~2021년 중국의 매년 이 분야 투자는 GDP의 약 44%로 전 세계 평균 25%, 미국의 약 20%의 2배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수만 마일의 고속도로, 수백개의 공항, 세계 최대의 고속철도망을 건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잉 건설의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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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아시아 최고 높이 현수교·4대 도시 합계보다 많은 공항 건설에 수천억 달러 투자
WSJ은 중국이 추격전을 벌일 때 작동했던 방식은 빚에 허덕이고, 건설할 것이 부족해지면서 지금은 의미가 거의 없어졌다며 중국의 일부 지역에는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교량과 공항들이 있고, 수백만 호의 아파트가 비어있으며 투자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서남재경대학이 입수 가능한 최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중국 도시 아파트의 약 5분의 1, 최소 1억3000만 가구가 비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은 중앙 정부가 수개월 전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종료했고, 전 세계가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에서 벗어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최근 축구장 3개 크기의 새로운 코로나19 격리 시설을 짓는데 수백만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윈난성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현수교, 6000마일(9656km)이 넘는 고속도로, 중국의 많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공항 등 인프라 건설에 수천억 달러를 썼다. 이 프로젝트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담배·기계·금속 등의 무역 확대에 순풍으로 작용해 2015~2020년 윈난성은 중국에서 가장 급속하게 발전하는 지역 중 한곳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성장세가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로 토지 매각 수익이 줄어들면서 지방 재정이 큰 타격을 입었다.
윈난성의 부채 비율은 2019년 108%에서 2021년 151%로 상승해 IMF의 위험 경고 수준인 150%를 돌파했다. 그럼에도 윈난성을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윈난성은 양쯔강(揚子江·長江) 일부에서 건조한 중심부로 물을 우회시키는 프로그램에 150억달러(20조원) 이상 등 수백개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약 5000억달러(670조5500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2020년 초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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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우성, 중국 4대 도시보다 많은 공항 건설...하이난성, 승객 없는 고속철도역 건설에 550만달러
WSJ은 다른 지방정부도 윈난성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민간 투자가 약해지고,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관리들은 경제를 자극하기 위해 차입과 건설을 계속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중국 하이난(海南)성의 단저우(담州) 고속철도 역은 550만달러(73조8000억원)의 건설 비용이 들었지만 승객 수요가 너무 낮아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1인당 GDP 7200달러(966만원) 미만으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한곳으로 꼽히는 구이저우(貴州)성은 1700개 이상의 교량과 11개 공항을 건설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3880억달러(521조원)의 부채가 발생했다. WSJ은 구이저우성의 공항 수가 중국 4대 도시 공항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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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 "2030년 2%로 추락"...바이든 "중국 경제, 시한폭탄"
경제학자들은 현재 중국이 훨씬 느린 성장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으며 불리한 인구 통계와 미국 및 그 동맹국과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외국인 투자와 무역을 위태롭게 하게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 침체기 아니라 오랜 침체기의 시작일 수 있다고 본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수년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 미만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40년 동안 대부분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영국 런던의 리서치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성장률 추세가 2019년
5%에서 3%로 감소해 2030년엔 약 2%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성장률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20년 설정한, 2035년까지 중국 경제 규모를 두배로 만들 것이라는 목표뿐 아니라 중간 소득 신흥 시장 지위의 졸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오랜 야망인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을 절대 추월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중국은 많은 경우에서 똑딱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중국은 연 8%씩 성장했지만, 지금은 2%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 가장 높은 실업률 △ 노동 연령 인구보다 많은 은퇴 연령 인구 등 문제를 열거한 후 "악당들은 문제가 생기면 나쁜 짓(bad things)을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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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1인당 GDP, 일본의 3분의 1 수준 중국, 상황 더 나빠
중국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 등 필요에 따라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수단을 아직 가지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지금까지의 성장 촉진 방법으로는 수익이 감소하는, 더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널리 믿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WSJ은 중국이 코로나19를 초기에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팬데믹 지출이 급증하면서 중국의 경제 문제가 더욱 은폐돼 있었는데 그 이후 중국 GDP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해도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주택 시장의 거품이 붕괴하고, 서구의 중국제품 수요가 떨어져 차입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민간 부문의 위기관리(risk-taking)를 되살리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가 없으면 중국의 경기 둔화가 1990년대 이후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고 WSJ은 밝혔다.
중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면 상황은 일본보다 훨씬 나빠질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는 약 1만2850달러(1700만원)로 세계은행(WB)이 '고소득(high-income)' 국가의 최저액수로 분류하고 있는 현재 기준 1만3845달러(1860만원)보다 적다.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DP는 약 4만2440달러(5700만원)였다.
중국 경제 약화는 아직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은 없지만 시 주석에 대한 지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WSJ은 내다봤다.
◇ 중국 투자 효율성 하락...1달러 GDP 성장에 9달러 투자 필요...10년 전 5달러·1990년대 3달러
민간 기업 자산 수익률 3분의 1로...국영기업, 2분의 1 수준으로 하락
인프라 등 많은 수요가 충족됨에 따라 투자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중국이 1달러의 GDP 성장을 이루기 위해 약 9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10년 전 5달러 미만, 1990년대 3달러를 조금 넘었던 것에 비해 급등한 수치라고 WSJ은 전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버트 호프만 소장은 중국 민간 기업의 자산 수익률은 5년 전 9.3%에서 3.9%로, 국영기업의 수익률은 4.3%에서 2.8%로 각각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의 노동력을 감소하고 있으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 GDP 성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던 생산성 증가율도 둔화, 최근 10년간 6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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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시 주석, 개발 프로젝트 확대 경고 불구, 낡은 성장 모델 전환 조치 없어"
이 같은 생산성 둔화에 대한 정부의 많은 지방의 처방은 지속적인 차입과 건설이었다. 이 때문에 각급의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이 보유한 부채를 포함한 총부채는 2012년 GDP의 200% 미만에서 2022년 거의 300%까지 급증해 미국 수준을 넘어섰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밝혔다.
시 주석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해 신세대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경제 활동 확대를 건설 차입금에 의존하는 관리들을 질타했다고 WSJ은 전했다.
시 주석은 "어떤 사람들은 개발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믿는다"며 "새 신발을 신고 옛길을 걸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그의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의 낡은 성장 모델로부터의 전환에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는 공산당 이론잡지 치우시(求是)가 지난주 공개한 시 주석의 6개월 전 고위 관리 대상 연설에서 잘 나타난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서구식 물질적 부를 추구하지 말고, 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적인 인내를 유지하고,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씩 전진하는 것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제학자들 "중국, 개인 소비·서비스 산업 촉진해야"...중국 정부, 첨단 기술 투자 2배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가장 명확한 해결책은 개인소비와 서비스 산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보다 균형 잡힌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WB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로 최근 수년간 거의 변화가 없다. 미국의 비중은 약 68%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국가 개입을 두배로 늘리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분야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데 의심하지 않지만 그 발전만으론 전체 경제를 끌어올리거나 수백만명의 대졸자가 취업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