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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흉악범죄에 대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을 추진하는 와중에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이 채택한 제도다.
엄벌주의가 흉악범죄를 줄이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법 감정이 민감한 우리나라에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어차피 몇 년'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미리'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이 적지않다. 그가 얼마나 가벼운 처벌을 받을 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의 법 체계를 뜯어고칠 수 없다면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분리해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노력이라도 해야하는 건 아닐까. 미국은 소아성애자, 성폭행범, 묻지마 총기난사범, 경제사범 등에게 100년 이상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법이 '가중주의'를, 미국은 '병과주의'를 택한데서 오는 차이다. 물건을 훔치며 사람을 죽인 범죄자에게 대륙법을 따르는 우리 법은 살인죄만 묻는다. 반면 영미법을 채택한 미국에선 살인죄에 강도죄, 주거침입죄 등을 합해 60년 이상을 판결하는 식이다.
국민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강력범죄자를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단죄하는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다. 복수를 대행해주는 이야기가 담긴 '모범택시'나 '국민사형투표' 같은 류다. 국민사형투표는 악질범의 사형 여부를 전국민 모바일 투표로 정하고, 정체 미상의 인물들이 사형을 집행한다는 설정까지 등장했다. 국가 시스템이 아닌 사적 단죄에 기대를 거는 사회는 법치주의가 무너진 사회다. 드라마가 현실이 되기 전에 법과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