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설계기술 확보에 총력전
프로세서 생산·디스플레이 협력도
양사는 이번 투자로 '따로 또 같이' AI와 미래 모빌리티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연적으로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경영 컬래버레이션'이 본격화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양 사는 올 들어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생산과 차량용 디스플레이까지 그 협력의 강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현대차·삼성, 스타트업에 1억달러 쏟은 이유는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설계회사에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한 건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산업에서 AI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의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입력 순서대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는 병렬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NPU가 더 적합한 것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텐스토렌트의 CPU·NPU 설계 역량을 활용해 자동차뿐 아니라 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에 적용될 맞춤형 반도체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또다른 투자자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가 운영하는 벤처투자 전문 펀드다. 미국에 소재하며 역량 있는 스타트업의 옥석을 추리고 추려 투자해 왔다. 마이크로LED칩 전문회사 '어비세나', 독일 AI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 '에이다 헬스', AI 칩셋기업 '셀레스티얼 AI', IoT 보안 플랫폼업체 '아페로'가 대표적이다.
마코 치사리 삼성전자 부사장 겸 삼성 반도체혁신센터 센터장은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파괴적인 아이디어에 투자한다"며 "텐스토렌트의 업계 선도적인 기술, 경영진의 리더십, 공격적인 로드맵은 SCF가 이번 펀딩 라운드를 공동 주도하게 만든 동기가 됐다. 텐스토렌트와 협력해 AI 및 컴퓨팅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짐 켈러 CEO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 그리고 이번 텐스토렌트에 대한 투자 등 공격적인 혁신 기술 채택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3대 자동차 제조사 반열에 오른 것을 보게 돼 매우 인상 깊었다"고 했다. 아울러 "삼성은 오랫동안 전자업계를 선도해 왔으며 이번 투자를 공동으로 주도하기 위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전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자본은 제품 개발, AI 칩렛의 설계 및 개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필연적 동반자로 커 가는 삼성·현대차… 빨라지는 '합종연횡'
삼성과 현대차가 각자 투자했지만 주목 받는 건 앞으로의 협력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1년새 삼성과 현대차의 이름이 동시에 뉴스에 담기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톱티어 전자·반도체 회사와 자동차 회사간 컬래버레이션이 본격화 됐다는 분석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첫 협력에 나섰다. 삼성의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를 오는 2025년까지 현대차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와 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과 같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그 내구성과 안전성에 있어 실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쉽게 채택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같은 달 제네시스 차기 모델의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채택하기도 했다.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 향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거래 규모와 사례는 점점 늘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망 기업을 알아보는 눈은 비슷하고, 필요한 사업군일 경우 투자가 겹치는 사례도 많이 있다"면서 "다만 협력관계이기도 한 양 사의 유망 AI·반도체 설계 회사 투자는 다른 의미의 동행이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서 개발 된 모빌리티용 반도체는 삼성이 수주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