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예비역 소장 "군용 러시아 수출, 우크라 침략 돕는 것"
기업 "군용 사용 가능성 없어".
전문가 "최종 사용자 통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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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 이후 서방 경쟁자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틈을 타 SK엔무브와 GS칼텍스가 전차·장갑차, 그리고 기타 군용차량에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윤활유의 대(對)러시아 수출을 지난해 2배 이상 늘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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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 "SK엔무브·GS칼텍스, 서방 기업 철수 틈타 윤활유의 대(對)러시아 수출, 2배 이상 늘려"
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대러시아 자동차 윤활유 수출액은 2억2900만달러(3000억원)로 116.7% 급증했는데 이것이 토탈·쉘·BP 등 메이저 서방 석유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차량 변속기 및 엔진에 사용되는 윤활유 판매를 포함한 러시아 사업을 자발적으로 축소한 이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관세청·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18일 5월 대러시아 및 CIS(독립국가연합)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9%, 78.8% 급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FT는 러시아 수입 데이터를 인용, SK엔무브, GS그룹과 미국 에너지 대기업 셰브론의 합작사인 GS칼텍스가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로 인한 한국의 주요 수혜 업체라고 밝혔다.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하기 전인 2022년 1월 SK엔무브와 GS칼텍스는 약 280만달러(36억5000만원)의 엔진 오일을 러시아로 수출했는데 이후 거래량이 급증해 올해 3월에는 약 2800만달러(365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오일 윤활유 수입 시장에서 SK엔무브는 6.5%, GS칼텍스는 5%를 조금 넘는 점유율을 각각 기
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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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모두 러시아군이 자사 윤활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면서 현지 파트너들에게 강력한 규정 준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S칼텍스 측은 자사 제품이 러시아에서 군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러시아 민간기업과의 계약에 우리 제품의 재판매에 대한 명확히 규정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SK엔무브 측도 경쟁사의 철수로 인해 러시아 판매에서 이득을 봤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국가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군사용 엔진 오일을 현지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전문가들이 민간용 또는 전투용 차량에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윤활유가 군용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지를 검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한다고 전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 팀장도 "현실적으로 한국 기업이 대러시아 수출의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활유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한국의 한 자동차 부품 무역업자는 기업들이 러시아 수출품의 최종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라면 수출업자가 '누가 라면을 먹을지 안다'고 말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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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도나호 전 미 8군사령부 작전부사령관(예비역 소장)은 "모든 POL(휘발유·오일·윤활유) 제품은 민간·군사용 이중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러시아에 POL을 판매하는 사람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로의 자동차 윤활유 또는 엔진 오일의 수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는 없고, 양사 모두 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적이 없다.
한 산업통상자원부 관리는 FT에 "군사 용도나 대량살상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는 있지만 윤활유는 일용품(commodity)과 같다"며 엔진 오일에 대한 규제 부과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