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동인도회사 필적 ‘괴물’ 바그너그룹 청산 나선 푸틴, 프리고진 지우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703010000448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3. 07. 03. 08:02

WSJ "크렘린 지원 새 계약업체, 바그너그룹 대체 용병 모집 시작"
"프리고진 미디어그룹 새 주인, 푸틴 '내연녀' 소유 기업 가능성"
"푸틴, 동인도회사 필적 괴물기업 바그너그룹 인수 시도"
PMC Wagner Center in St Petersburg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넵스키지구 졸나야 거리에 있는 용병 기업 바그너 센터의 전경으로 이전 건물 표지판이 제거됐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사진=타스=연합뉴스
민간 용병 기업의 반란사태로 리더십 위기에 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로운 용병을 모집하고, 예브게니 프리고진 소유 미디어그룹의 소유주를 교체하는 등 바그너그룹 지위기를 시작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모스크바를 거의 점령할 뻔한 반란의 여파 속에서 푸틴이 역사상 가장 복잡한 기업 인수 합병의 하나를 관리하는 새로운 시험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바그너그룹의 밀폐된 유리 타워 본사 내부에서 프리고진에 불리한 증거를 찾기 위해 사무실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크렘린궁의 지원을 받은 새로운 군사 계약업체들이 푸틴의 오랜 동맹인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중동·아프리카에 배치한 3만명의 용병·해커·후원자의 일부를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광고를 통해 모집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전역에서 한때 인터넷 조사기관을 포함했던 통신 제국의 핵심 조직으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소유했던 '패트리엇 미디어그룹'의 컴퓨터와 서버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이 인터넷 조사기관은 수백만 건의 친크렘린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 채널에 퍼뜨리면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대혼란을 일으킨 조직이라고 직원과 문자 메시지를 분석한 WSJ은 밝혔다.

RUSSIA DEFENSE WAGNER
한 작업자가 2일(현지시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 소유 기업이 여러 층을 임대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씨(Sea)캐피탈(모르스카야 스톨리차) 비즈니스센터의 창문에 부착된 바그너그룹의 로고를 떼어내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이 신문은 메시지에 따르면 '패트리엇 미디어'의 새로운 소유주는 미국 정부가 푸틴의 자녀 중 최소 세명의 모친으로 추정하고 제재 명단에 올린 리듬 체조 선수 출신 알리나 카바예바가 회장으로 있는 내셔널 미디어그룹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프리고진이 반란 수주 전에 보유 자산 중 일부를 직원들에게 양도해 러시아 정부가 이를 취득하는 것이 더 복잡할 수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2014년 설립된 바그너그룹은 크렘린궁이 국제적 영향력을 축적하고, 이익을 거두는 데 도움을 줬는데 이 모든 것은 프리고진의 주요 지주사인 콩코드가 관리했다.

크렘린궁은 지난 6월 24일 바그너그룹과 콩코드의 소셜 미디어 채널을 차단했고, 보안 당국은 여러 콩코드 자회사를 급습해 권총·위조 여권·수백 개의 기업이 나열된 상세한 도표·4800만달러 상당의 현금과 골드바 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프리고진
러시아 용병 공급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프리고진의 소셜 미디어 야루스(YaRUS)는 지난달 29일 '정치적 상황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했고, 프리고진 소유 리아판(RIA FAN) 통신사의 예브게니 주바레프 국장은 30일 통신사가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에 경비를 위탁했던 아프리카와 중동의 정부는 러시아 관리들로부터 바그너 용병이 더 이상 독립적으로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받았다.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 등의 천연자원 이권을 대가로 현지 무장세력과 고위 관료들을 지원하는 러시아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그룹은 2018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군을 지원해 러시아대사가 2월 이곳에 1890명의 '러시아인 고문'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아울러 아프리카 서부 말리에서는 지난해 프랑스군 철수 이후 진출해 치안 유지 활동을 하고 있고,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지난달 30일 프리고진이 말리에서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요원들을 추방하는 데 가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WSJ은 1858년 영국 왕실이 동인도회사 청산을 시작해 멀리 떨어진 인도를 직접 식민지 통치하기 시작한 이후 전 세계에서 바그너그룹에 필적하는 기업 제국을 삼키려고 시도한 정부는 없었다며 러시아 망명자들과 서방·중동·아프리카 관리들, 그리고 바그너가 지배하는 100개 이상의 회사를 자세히 설명하는 문서에 따르면 푸틴은 현재 자신이 만든 괴물 기업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1600년 설립됐으며 1757년 이후 무역뿐 아니라 인도 전역을 관장하는 행정기구 역할을 했고, 1849년 인도 전체를 식민지화했으나 인도 대항쟁 다음 해인 1858년 인도 관할권을 빅토리아 영국 여왕에게 양도한 후 1874년 국유화됐다.

프리고진은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기묘한 기업 구조 중 하나를 구축했으며, 러시아 및 기타 관할 지역에 수백 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스파이더그램(spidergram·거미줄식 조직)을 통해 수천명의 노동자·용병·요리사들·채굴 지질학자·소셜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현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WSJ은 설명했다.

바그너그룹 관련 기업들이 아프리카 정부와 체결한 거래 중 상당수는 비공식적이고, 밀수·불법 송금에 의존한 것으로 프리고진이 직접 협상했다. 푸틴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에만 바그너그룹과 프라고진에게 20억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