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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대책들이 하나같이 까다로운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는 점이다. 행정학에서 말하는 이 '사악한 문제'는 이해관계가 중첩되고 복잡해 아주 민감하고 그래서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은 '난제(難堤)'를 의미한다. 이달 내로 쏟아질 대책들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관계한 당사자 간 이해가 첨예하다.
먼저 디지털교과서의 경우 교과서 발행사와 디지털 에듀테크 기업 간 입장차,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대한 비용 문제, 시·도교육청 간 격차, 학생 정보 및 데이터 보호 관리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사교육비는 제대로 된 대책을 발표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을 키울 만큼 '화기성'이 강하다. 이런데도 지난 4월 관련 대책 발표를 번복해 교육부 위신만 떨어트렸다. 사교육비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이고 사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5학년도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세부계획도 올 2월 '공통과목 절대평가·미이수제'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상반기로 연기된 이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까지 발표하기로 했지만 두 번이나 연기를 한 것이다. 새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2028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할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 중인데 교육부는 상반기 내 대입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8학년도는 올해 중학교 2학년(2025년 고1)이 치를 대입부터 해당한다. 두 사안의 경우 대입에 직결되는 문제여서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예민하게 지켜보는 사안이다.
행정학에서 '사악한 문제'의 해결법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우선 사용자의 욕구 분석 및 공감 → 문제 파악 → 가정에 따른 아이디어 창출 → 해결책 모색(관계자와의 협업) → 해결책 실행 등 단계별로 이행하고 다시 문제점을 찾아 반복하면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결국 내제된 문제를 얼마나 파악하고 분류하고 다듬는 것외에도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 즉 소통 역시 정책 효과성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교육부가 '상반기 내'라는 '데드라인'에만 집착해 설익인 대책을 발표하기 보다 '디테일'을 고민해 난제들을 잘 풀어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