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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본사를 둔 중소은행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쉐어(퍼스트 시티즌스)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의 협상을 통해 SVB를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FDIC는 이날 성명을 통해 "퍼스트 시티즌스가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고, FDIC에는 5억 달러 상당의 주식가치 평가권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SVB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린 고객들의 대량예금인출(뱅크런) 사태로 400억 달러(약 51조9000억원) 넘는 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지난 10일 파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SVB 파산은 미국 은행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퍼스트 시티즌스와 FDIC가 합의한 SVB 인수가격은 720억 달러(약 94조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알려진 자산에서 165억 달러(약 21조원) 할인된 금액에 SVB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다만 파산 이후 FDIC에 압류된 SVB 자산 가운데 900억 달러(약 117조원) 규모의 주식 등 일부 자산은 퍼스트 시티즌스에 넘기지 않고 법정관리를 통해 처분될 예정이다.
SVB를 인수한 퍼스트 시티즌스는 1898년 설립된 은행지주회사로 지난 24일 기준 시장 가치는 84억 달러(약 11조원)다. 이번 매각 거래 성사에 따라 SVB 파산 이후 불거졌던 미국 내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프랭크 홀딩 주니어 퍼스트 시티즌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은행 시스템의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이번 SVB 인수 합의는 FDIC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진 아주 놀라운 거래"라고 자평했다.
반면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CS 인수로 한숨 돌리는가 싶었던 유럽 금융시장은 지난주 도이체방크의 주가 폭락 흐름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주말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독일증시에서 8.5% 급락했다며 이는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가격이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매도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UBS에 합병된 CS가 이전에 발행했던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전액 상각 처리한 이후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재미를 본 헤지펀드들이 도이체방크를 유럽 금융시장을 흔들 다음 타깃으로 삼아 공격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지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이체방크는 CS와는 달리 총 자산 규모가 1조4378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탄탄할 뿐 아니라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번 주가폭락으로 인한 위기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 24일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이체방크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건전한 은행"이라며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위기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