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은 코로나19와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놓고도 자화자찬 한마디 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난에, 은행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거두고, 이를 토대로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비난의 대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들이 인가라는 진입장벽을 무기로 과점시장을 형성해 별다른 경쟁 없이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은행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등장하기 전 시중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지금과 같은 편의성을 갖추지 못하는 등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고, '보신주의' 경영으로 안방에서만 대장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비판 일색은 은행 입장에선 억울할 측면도 있다. 2020년 불거진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놓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 은행이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서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 결과 은행의 대출자산이 급증했고, 이것이 은행의 호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또 정부는 은행에 지나치게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 면서도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라고 주문한다. 희망퇴직 비용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면서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은행에선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취준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과 고연봉 직종에 항상 이름을 올렸던 은행원들이 이젠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기업과 가계 등 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 고유의 역할과, 코로나 위기 극복에 나섰던 은행의 공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현시점에서 은행에 대한 비난보단 은행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등 보다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