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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취임식 행사장에 제라우두 알크민 부통령과 함께 들어선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을 대표한 흑인 어린이, 장애인, 원주민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대통령 띠를 건네받고 취임 선서 후 첫 연설을 발표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룰라 대통령의 연설은 통합, 재건, 빈곤 퇴치 등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지지자뿐 아니라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정치를 할 것이며 증오, 가짜뉴스, 총기, 폭탄이 없는 평화로운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발전, 사회불평등 해소, 빈곤퇴치 등을 약속했으며, 음식을 구걸하는 빈민들에 대해 언급할 때는 눈물을 보이며 흐느끼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의 연설의 대부분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직간접적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보우소나루 정부의 대응, 총기소유와 가짜뉴스 생산이 증가하도록 만든 법령들을 언급하며 전 정부의 정책 기조를 크게 뒤집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마존 정글과 환경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이 땅의 번영을 위해 불법 삼림벌채와 막대한 환경파괴, 원주민들에게 행해졌던 불의를 모두 철회할 것"이라며 아마존 개발을 방임했던 전정부를 비판했다. 다만 그는 "(전 정부 정책 뒤집기는)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날 상파울루를 포함한 브라질 도시 곳곳은 룰라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페스티벌과 반대시위로 양분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브라질 대법원은 이 같은 사회 분열을 우려해 지난달 28일 사고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취임식이 열리는 이날까지 나흘간 수도 브라질리아 내 총기 소지 금지를 명령하기도 했다.
이날 룰라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보안을 위해 80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였던 한 남성이 폭발물과 흉기를 소지한 채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것을 적발해 체포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이미 지난달 30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