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이 말 한마디에 IBK기업은행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업은행장 제청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가 관료 출신을 밀어 붙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내부에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관료 출신이 내정되면 또 다시 출근 저지 운동을 벌일 태세다.
기업은행은 '관치 논란'에 유독 민감한 곳이다. 기획재정부가 압도적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3명의 행장을 제외하고 관료 출신이 줄곧 행장 자리에 앉았고 감사, 부사장 등 주요 직군에도 정계·관료 출신이 포진돼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채권에 의존하는 특수은행이기 때문에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도 기업은행의 주 무대인 중소기업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반면 기업은행의 성장 동력은 멈춰있다. 제자리걸음인 주가만 봐도 그렇다. 3년째 9000원에서 1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올 3분기 이자 수익에 힘입어 누적순익 2조원을 거둘 정도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른 금융사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쓸 때마다 주가가 들썩거렸던 것과 비교된다. 낙하산 인사가 수장직에 앉으면 이 같은 문제가 더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은행의 단면은 관치 금융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경영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그것도 내부 사정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경우 지금 위기를 돌파할 혁신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영 성과는 CEO(최고경영자) 리더십과 조직 결속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출신과 상관없이 정말 CEO를 할 만한 사람이냐'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기준은 조직 구성원의 공감대에 부합돼야 할 것이다. 기업은행장에 대한 금융위 제청은 이번주 중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