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부 이수일 기자 |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전운임제는 필요하다. 애초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노동자의 과로·과속·과적을 막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2020년부터 시행 중이다. 다만 3년 일몰제여서 이달 말까지 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폐지된다.
안전운임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비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겠지만, 사람 목숨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재계는 최근 3년(2019~2021년)간 국내 전체 자동차 교통사고 건수가 1.5% 감소든 반면,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견인형 화물차 사고는 8% 증가됐다며 안전운임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차 기사들의 월 임금이 500만~600만원을 상회한다며, 최근 파업에 나선 민주노총 화물연대를 강력 비난했다.
팩트는 맞다. 그러나 재계는 '8% 증가'에 초점을 맞췄을 뿐, 최근 3년 간 견인형 화물차 사고 건수가 690건에서 745건으로 55건 증가에 그쳤다는 점을 빼먹었다. 전체 사고 건수 중 견인형 화물차 사고 건수 비율이 0.3%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원 장관이 인용한 노동부 보고서엔 화물차 할부금이 빠져 있다. 화물차가 평균 5~6년에 한 번씩 바꿔야 하는 '소모품'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화물차 기사의 하루 평균 운행시간 12시간(한국교통연구원 기준)을 적용하면 평균 시급이 1만4700원(자동차 운송)으로 2021년 근로자(1만9806원)보다 낮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안전운임제는 단지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 등으로 인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노조 파업은 별개의 문제다. 불법을 저질렀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면 된다. 이번 파업으로 화물연대에 속하지 않은 비노조 인력의 피해가 컸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일부 노조 간부가 비노조원들에게 파업에 참여하라는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정부,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안전운임제에 대해 '우선 연장'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치권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할 때다. 줄 것은 주되,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