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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프랑스와의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의 승리가 확정되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모인 수십만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하고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의 광화문광장 격인 오벨리스크도 흥분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응원가를 부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등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했다.
아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한 시민은 폴리티코에 "믿을 수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월드컵 우승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매우 큰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100년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혔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아르헨티나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 폭락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2.4% 급증했다. 이는 전달(88.0%)보다 상승하고 199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페소화의 가치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해 초 1달러는 102페소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172페소까지 오른 상황이다. 암시장에서는 페소화를 달러화 혹은 유로화로 바꾸기 위한 거래가 만연하고, 달러를 구할 수 있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빈부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지난 1986년의 아르헨티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8위, 1인당 GDP는 45위였지만 올해 각각 24위, 67위로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약 40%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주력상품인 콩, 육류, 밀의 수출을 제한하는 등 통화 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내놨지만 오히려 보호무역조치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폴리티코는 월드컵 우승이 실직적으로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나라 전체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줬다면서 아르헨티나가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예정이라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셰일가스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의 매장량도 풍부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서방 지도자들은 이미 아르헨티나의 자원 개발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아울러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환경보호 정책의 전환을 예고하면서, 향후 EU(유럽연합)-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의 FTA(자유무역협정) 성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레콜레타 거리에서 우승 기념 파티를 즐기던 한 시민은 "오늘의 승리가 정치, 경제 개혁의 전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