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와 주거침입 등으로 체포된 42살 데이비드 데파페는 전형적인 극우 음모론자였다. 그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게시물을 다수 게재했으며, 같은 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에 대해서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세계 엘리트들이 대중을 억압하고 세계질서를 통제하기 위해 감염병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음모론도 게재했다.
펠로시 의장 습격 시도에 미국 정치계는 여야를 막론하고 충격에 빠졌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음모론과 조작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주체가 누군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1·6 의회 폭동 사건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2020년부터 사전투표에 이의를 제기하며 선거 조작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접전지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에서 우편투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며 사전투표 무효화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반(反)트럼프 정서가 자극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조작론'은 선거 결과가 확정된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음모론이 확산하는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브라질에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군부 개입을 촉구했고, '극우 바람'이 불고 있는 유럽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전히 코로나19와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팬데믹 사태에 이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에 전세계인들의 불안과 피로가 극에 달했다. 시기가 혼란할수록 자극적이고 왜곡된 이야기가 주목 받는 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보를 올바르게 구별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과 정치계의 자정 움직임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