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면 수출이 주춤하고 무역 적자가 이어지면 어김없이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1996~1997년 무역 적자와 함께 수출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무역 적자와 수출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수출 급감과 무역 적자를 경험한 바 있다.
이같은 위기 상황이 2022년에도 재현되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11월 이후 23개월 연속 지속되던 수출 증가세가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무역수지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처럼 수출이 줄어든 주요 요인은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10월 반도체와 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7.4%, 15.7% 급감했다.
문제는 반도체 수출의 경우 세계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중국 수출도 경기 둔화와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 등이 원인으로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경기 하강, 중국 봉쇄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전 세계 교역이 둔화하면서 수출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특히 반도체 단가 급락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 작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한 지원은 더욱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지역 다변화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출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관련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