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재난, '트라우마' 남겨…안정감 회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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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국 곳곳의 장례식장에서는 이태원 압사사고 희생자들의 발인이 시작됐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엔 4명의 빈소가 마련됐는데, 이날 오전 10시께 딸을 보내는 한 유족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장례식장 앞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공간에도 '중학교 시절 모습이 그립다', '웃는 얼굴이 떠올라' 등 고인을 그리워하는 조문객들의 마음이 곳곳에 남겨져 있었다.
이외에도 수도권에서는 서울대병원에 2명·이대목동병원에 5명·서울 보라매병원에 2명 등 열 곳이 넘는 곳에 희생자의 빈소가 마련됐다. 이날 유족들은 20대인 아들, 딸의 영정사진을 들고 영구차로 향하는 내내 통곡했다.
◇추모 이틀째,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도 시민들 발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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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서 온 곽모씨(31·여)는 이날 "한 사람만 건너면 알 만한 친구들이 관련돼 있었고, 사고 소식을 듣고 잠을 한숨도 못잤다"며 "남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모씨(78·여)는 눈물을 훔치며 "너무 놀라고, 또 이렇게 젊은 청년들이 죽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 "트라우마,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재구성돼"…안정감 회복 위한 사회적 노력 필요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유족과 목격자 외 일반시민에게도 심리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옆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재난심리지원 상담소'에도 많은 이들이 찾았다.
김보영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재난은 시민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마주하게 만든다"며 "세상이 안전하고 예측가능하다는 신념을 흔들리게 해 사고 소식에 대한 기억을 고통스럽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트라우마로 재구성된 기억을 건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행복한 삶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평화를 줄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심호흡을 천천히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해소 과정이 있지 않으면,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생각보다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사회는 시민들이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필요한 전문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사회적 재난으로 무너진 사람들의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