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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77) 전 대통령이 접전 끝에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을 1.8%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제39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에 따라 룰라는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라는 영광을 누렸고 보우소나루는 역사상 첫 재선 실패 대통령이 됐다.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개표 초반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1위를 선점하며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약 6시 30분 룰라 전 대통령이 역전에 성공한 이후 박빙의 접전을 계속한 끝에 결국 최종 득표율 50.9%으로 49.1%를 득표한 보우소나루를 누르고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집권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적극적 복지정책을 통해 빈민층을 줄이고 중산층을 두텁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퇴임 후 부패 연루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이번 대선에 도전해 재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룰라 당선자는 현직 대통령이자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와 대선 기간 내내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대선 초기에는 룰라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이달 2일 진행된 1차 투표에서는 룰라가 48.4%, 보우소나루가 43.2%를 기록하며 '샤이 보우소나루'의 저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결선투표에서도 비록 룰라가 승리하긴 했지만 득표율 차이가 1.8%포인트에 불과해 한동안 국정 운영에 진통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날 "브라질 군사독재가 끝나고 첫 대선을 치른 1989년 이후 있었던 대선 중 가장 작은 표차였다"고 전했다.
우선 당장은 브라질 국민들의 소득양극화 현상 등 경제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추후 행보도 룰라 당선자의 주름살을 깊게 할 골치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보우소나루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개표 결과에 순순히 승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표가 끝난 후에도 전자투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복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룰라가 브라질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 이어 중남미 전역에 핑크타이드(좌파물결)가 재현될 예정이다. 룰라는 당선이 확정된 뒤 상파울루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나수르(UNASUR·남미국가연합)와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지역 협력을 강화해 국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