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는 증시가 급락했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할 목적으로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마련한 공동기금이다. 하락장에 증안펀드가 투입되면 일시에 유동성이 공급되기 때문에 지수 급락을 제어하는 효과를 준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때도 자금이 조성됐지만 당시 시장이 급반등해 실제 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자 지난달 말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가동을 위한 자금 조성 절차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 자금 조성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입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다. 당국의 입장은 "증시 상황에 따라 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증시가 위기에 임박했을 때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관건은 위기의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다. 코스피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지난 11일 2200선을 다시 내줬다. 다음 날(12일) 반도체주 중심의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2200선을 회복했지만 연초 대비 26% 가량 급락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10월 코스피 하단이 2000선까지 열려 있다고 내다본다. 12일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내년 초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의 통화 긴축 또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증시 급락으로 손실을 본 동학개미들로선 애가 탄다. 당국의 적극적 개입과 역할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다.
반면 자금을 출자한 금융회사 주주들의 이익이 걸린 만큼 증안펀드 투입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증안펀드 손실이 금융회사로 전이되고 결국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또 '증안펀드를 조성한다'는 정책적 메시지 자체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후약방문'이 되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해야할 때를 놓쳐서 낭패하고 후회한들 무소용이기 때문이다. 증안펀드 가동 시점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이 짙어지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이달 안으로 투입 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실기'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