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지만 현실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민생경제협의체가 순탄하게 출범할 리도 만무하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해외순방을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켰다. 국민의힘도 야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증오와 저주를 멈추라며 역공을 펼친다. 민생 법안으로 분류되는 양곡관리법 등과 같은 문제에선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협치의 '협'자도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국민들은 이런 국회 상황을 두고 염증을 느낀다. 치솟는 물가와 환율 좀 잡아달라고 해도 여당은 '이준석 잡기'에만 여념이 없다. 야당도 169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배경으로 정부여당을 위협하며 합의되지 않는 사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부친다. 이해와 협상은 협치의 기본 요소다. 하지만 이 두 거대 정당엔 증오와 반대로만 가득차 있다. 국민들이 여의도를 '동물국회'라고 부르는 이유가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처럼 들린다.
애초에 국회에 많은 기대를 건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고,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헌정 역사상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국회가 있었는지 돌아보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위대하다. 염증을 느끼고 정치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을 법도 한데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정신 차리라며 '표'로 심판한다. 이런 국민들이 있기에 정치인들은 아직 국민을 두려워하고 눈치를 본다. 국민의 관심이 이 나라 정치판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