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일찌감치 미국으로 달려가 사태를 판단하는 동안, 29일 정부가 드디어 다소 소란스럽게 액션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 실국장급이 대표단을 꾸려 미 행정부와 의회를 만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예고다. 정부가 힘을 다 합친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과연 손발을 잘 맞춰 일사불란한 전략을 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대규모 현지 투자를 약속한 우리 기업들로선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세제 혜택을 주지만 중국에는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미국내에서 조립한 전기차여야 하고, 배터리는 현지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난 광물을 40% 이상 함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의문이다. 두 법안 모두 중국을 핵심산업에서 배제 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건 왜일까. 법안이 준비되는 내내 이를 감지 못했을까. 이보다는 조용히 물밑 조율 할 수는 없었을까.
아직 법안들의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선언적 으름장에 우리가 너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일본·대만·유럽에 비해 우리가 유독 '비상'을 외치면서 위태롭고 절박해 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식이다. 발 빠른 대응이냐, 아니면 우리의 패를 다 까버리는 비전략적 행보냐의 판단은 결과를 알 수 없어 아직 보류다.
정부와 기업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 일종의 '휴민트(HUMINT)'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 정부간 공식루트로 의견을 전달해 대외 스탠스를 확인하고 소통·판단하는 업무가 정부의 영역이라면, 모세혈관처럼 각 계에 촘촘히 퍼져 현지 동향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정부가 하기 힘든 기업의 영역이다. 정보의 우위에 서지 말고 민관의 전방위적 협조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과 일본 등 대관활동에 능한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경 유착으로 바라 볼 국내 일부 시선이 우려 된다고? 유착과 협력은 종이 1장 차이에 불과하다. 경제 안보 시대에, 기업의 이익이 곧 국익이는 판단이라면 수단 방법 가릴 때가 아니다. 비단 미국에 국한 된 얘기가 아니다. 꽉 막힌 중국은 물론 급변하는 인도와 중동, 동남아까지 우리의 인적 네트워크망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