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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대책에는 반지하 등 재해취약주택을 해소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9월부터 재해취약주택 관련 연구와 실태조사를 벌인 뒤 연말까지 종합적인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호우 피해 뒤 7일만에 나온 성급한 대책으로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단기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와 장기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 정작 빠른 주거 지원이 필요한 수재민을 돕는 방안은 대책에 없었다. 7일이면 전국에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파악하고 확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수재민들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가를 활용한다고 언급만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수재민들은 호우가 끝난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피소에서 여름철 열악한 환경과 맞닥뜨리고 있다. 대피소는 밀폐·밀집·밀접(3밀)이 불가피한 곳으로 수재민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처해있다. 실제로 대피소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집단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수재민들은 현 시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수재민을 위한 실질적인 주거안정방안부터 우선적으로 마련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재해취약주택 해결방안은 수재민 지원과 별개로 심사숙고한 뒤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섣부른 대책은 또 다른 인재(人災)를 부를 뿐이다.
저질 주거 문제는 호우로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지하·옥상 거주를 더한 주거빈곤 숫자가 이미 228만 가구로 광역시 인구 두 배가 넘었다. 최근 호우 피해를 가장 크게 겪은 서울은 68만가구로 전국에서 시도기준 주거빈곤 가구 수가 가장 많았다. 200만 가구가 넘는 사람들이 저질 주거지에 살고있다. 몇 개월 조사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