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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국 인도 북한인 문철명, 미 FBI에 구금...북, 불법 해외활동 판도라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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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03. 22. 05:31

AP "문철명, 워싱턴 FBI에 구금"
FBI, 재판 진행, 북한 외화법이 방법 등 포괄적 심문 예상
문철명 미국 인도로 북-말레이시아 단교
미, 대북제재 권한 강화 속 북미협상 재개 전망 어둡게 해
APTOPIX North Korea Malaysia
자금세탁과 대북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에 인도된 북한인 문철명 씨(56)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됐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유성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관 대리대사가 이날 쿠알라룸푸르를 떠나기 위해 버스에 짐을 싣고 있는 모습./사진=쿠알라룸푸르 AP=연합뉴스
자금세탁과 대북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에 인도된 북한인 문철명 씨(56)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됐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문씨는 전날 미 워싱턴 D.C.의 FBI에 구금됐다고 AP는 관련 문서를 인용해 전했다.

FBI는 문씨에 대한 재판뿐 아니라 북한이 해외에서 외화를 획득하는 방법 등에 관해 포괄적으로 심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문씨의 미국 인도에 반발해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 48년의 역사를 가진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은 이 사건이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활동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화는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김정은 북한 정권을 위한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미국 측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문씨가 활동했던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불법적인 외화 획득 계획의 거점으로 이용돼 왔다고 대북제재 감시자들이 의심해왔고, 유엔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외국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현금 부족에 쪼들리는 김정은 정권을 위한 제재 회피 작업에 참여했다고 지적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전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문씨를 자금세탁·유엔 대북제재 위반 등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에 신병을 넘겼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19일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말레이시아도 같은 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주재 모든 북한 외교직원과 가족들은 48시간 이내 떠나라”고 명령했다.

북한 외교관과 가족 등 33명은 21일 쿠알라룸푸르공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上海)로 출국했다.

출국에 앞서 김유성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관 대리대사는 대사관 앞에서 이번 사건이 말레이시아와 미국의 모략이고,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낭독했다.

FBI는 문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D.C. 연방법원 판사는 그해 5월 2일 돈세탁과 공모 등 혐의로 문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문씨를 같은 달 체포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문씨는 2008년 말레이시아로 이주하기 전 싱가포르에서 북한으로 금지된 사치품을 공급하는 데 관여하는 등 유엔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또 유령회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 선적을 지원하기 위한 가짜 서류를 만든 혐의도 받고 있다.

문씨의 변호인은 이 혐의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변호인은 문씨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며 이번 인도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성명에서 문씨의 미국 인도 사실을 처음 밝히며 그에 대한 혐의를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며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후 미국에 대해서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북한인을 인도받은 첫번째 사례로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불법 행동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제재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WSJ은 해석했다.

다만 출범 두달을 맞이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다양한 채널과 수단을 통해 재개를 시도하고 있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전망은 어둡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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